문화행사 연기-취소 잇달아… 메가톤급 악재에 비상 걸린 문화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문화계도 비상이 걸렸다. 4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 로비에서 공연장 관계자가 관람객들에게 마스크를 배포하고 발열 검사를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외국인 관광객, 어린이 공연 비상
‘배비장전’을 공연 중인 정동극장은 8일, 10일, 12일로 예정된 3회차 공연을 전격 취소했다. 500명의 중고생을 포함해 총 800명의 단체 관람객들이 관람하려던 공연이다. 정동극장 측은 “메르스 발생 이후 학교 측에서 단체 관람을 취소하겠다고 알려와 공연 자체를 취소했다”며 “배비장전 관객 중 상당수가 외국인 관광객들인데, 메르스 발생 이후 해외 여행사를 통해 단체 관람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극협회 임선빈 사무국장은 “대학로에 위치한 한 병원에 확진환자가 입원 중이라는 말이 돌면서 대학로에서 하는 공연을 예매했다가 취소하는 관객들이 늘어나 협회 차원에서 피해 접수 조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서울연극협회는 홈페이지에 피해 접수 공지를 띄워놓은 상태다.
○ 대형 야외 문화축제, 발 동동
한 번에 수만 명이 들고 나는 대형 야외 음악축제들도 비상이 걸렸다. 레이철 야마가타, 김윤아, 케렌 앤이 출연하는 여성 음악인 축제 ‘뮤즈 인시티’(6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를 주최하는 액세스이엔티 관계자는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는지 묻는 전화가 많이 온다.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하되 사태의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며 필요한 방역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2, 13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는 댄스음악 축제 울트라 코리아 2015에는 연인원 12만 명 이상이 몰린다. 울트라 코리아 관계자는 “현재까지 해외 아티스트의 방문 취소 연락은 없다. 출연진 가운데 최근 중동 지역 방문자가 없는지도 확인했다. 원하는 관객에겐 공연 전날까지 환불을 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요계에서는 트로트 장르를 포함한 ‘생계형 행사 가수’의 타격이 크다. 트로트와 포크 가수가 소속된 중소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행사나 지역 축제를 중심으로 행사가 벌써 30% 이상 줄어든 것 같다. 5, 6월은 연중 출연료 수익이 가장 많은 시기인데 세월호 추모 분위기로 축제가 취소된 작년에 이어 올해 또 이런 사태가 벌어지니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 종교 행사도 연기, 취소
일부 종교계 행사들도 잇달아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한일불교문화교류협의회(회장 자승 스님)는 8일부터 2박 3일간 수원 용주사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협의회는 4일 긴급회의를 열어 “일본 측 참석자들이 대부분 고령인 점을 고려해 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이 개최할 예정이던 어린이청소년 명상캠프와 장애인전법단 템플스테이 행사도 각각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 부랴부랴 가이드라인 마련 나선 문체부
문체부는 질병 경보가 현재 ‘주의’ 단계에서 ‘경계’로 상향될 때를 대비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5일 차관이 팀장이 되는 종합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연다.
임희윤 imi@donga.com·김윤종·김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