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평해전’
영화 ‘연평해전’의 김학순 감독은 “군복무를 해군에서 했다. 그래서인지 전투에서 희생된 전사자들의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았다”고 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10일 개봉하는 영화 ‘연평해전’이 나오는 데는 7년의 산고가 필요했다. 2008년 본격적으로 제작에 착수해 수많은 고비를 넘기고 영화를 세상에 내놓은 김학순 감독(서강대 영상대학원 교수)을 2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반공영화 나오는 거 아니냐?’는 말, 참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두고 봐라. 절대 그렇지 않을 거다’라고 했죠. 전투에서 희생돼야 했던 대원들과 생존자·유족들의 심정을 담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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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눈시울을 가장 많이 붉히는 대목은 바로 전사자들의 영결식 장면이다. 촬영 장면과 함께 당시 뉴스 화면을 삽입했다. “유족분들이 슬픔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은 어떤 배우도 연기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유족분들께 뉴스 장면을 사용해도 되겠느냐고 일일이 허락을 구했죠.”
촬영 내내 가장 힘들었던 문제는 예산이었다. 약 30분간의 전투 장면이 삽입된 ‘연평해전’의 제작비는 약 80억 원. 상업영화치고는 크지 않은 규모다.
“돈을 아끼기 위해 제가 북한 고위급 간부 중 한 명으로 출연하기도 했어요. 북한군 함정을 실물 크기로 제작해야 했는데 비용 문제로 참수리급 고속정 모형을 북한군 함정으로 개조해서 재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시작한 크라우드펀딩(다수에게 소액을 투자받는 방식)은 이번 영화의 원동력이었다. 김 감독은 “농사짓는 노부부께서 꽉 찬 돼지저금통을 보내 왔다. 아직도 그 저금통을 차마 뜯지 못하고 책상 위에 올려두고 있다”며 “‘내가 이렇게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는 영화를 만들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에 어깨가 정말 무거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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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선 월드컵 열기로 들떠 있는데 한쪽에서는 나라를 지키다 사람이 죽어가는 일이 동시에 벌어지는 곳이 바로 한국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양면을 관객들이 돌아보고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