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 절벽’ 내몰린 수출코리아]
○ 기술력, 환율 모두 경쟁력 상실
현재 세계는 경기 둔화의 여파로 교역량이 줄고 있다. 1분기(1∼3월) 국제 교역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는데 이는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국가 간 교역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출 부진은 예고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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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런데도 한국의 수출 부진이 유독 심각하게 보이는 것은 자체 내수시장이 워낙 빈약해 수출 길이 막힐 경우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수출과 내수가 모두 위축되면서 경제 수준이 한 단계 하락하는 상황을 ‘축소 균형’으로 표현하면서 이 상태가 지속되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업이 수십 년 된 주력 상품에 집착하며 기술 혁신을 게을리한 것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씨티그룹에 따르면 중국의 기술력은 2012년경 한국의 86% 수준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한국의 89% 수준으로 향상됐다. 시간으로 환산한 한중 기술 격차가 2012년 1.9년에서 2014년 1.4년으로 감소한 것이다. 반면 한일 기술 격차는 2012년 3.1년에서 2014년 2.8년으로 0.3년 줄어드는 데 그쳤다. 한국이 일본을 거북이걸음으로 추격하는 동안 중국은 한국을 토끼처럼 쫓아온 셈이다.
한국은 기존의 기술력만으로는 버티기 어렵게 됐다. 전체 수출에서 13%의 비중을 차지하는 석유 및 석유화학업계는 과거 원유 정제 기술이 다른 나라보다 비교 우위에 있어 큰 이익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동 지역 산유국들이 원유만 수출하는 게 아니라 기술력을 축적해 정유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의 정제 마진이 크게 줄어든 이유다.
○ “내수에 기여할 서비스업 육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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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감소는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를 줄여 소득 감소, 소비 감소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출이 100만 달러 늘면 일자리 7.2개가 생긴다. 이를 역으로 단순 계산하면 수출이 올해 1∼5월 중 132억7800만 달러 감소함에 따라 일자리 9만500여 개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수출 감소를 막으려면 세계 교역량이 줄고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흐름을 감안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금리 인하를 통해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단기 대책뿐 아니라 산업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신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세계 교역이 줄어드는 현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내수시장을 키우는 서비스업 육성에 정책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 / 정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