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에서 한솥밥을 먹는 1970년생 동갑내기 김병지 골키퍼(왼쪽), 노상래 감독(가운데), 김태영 코치는 각기 직책이 다르지만 ‘서로 불편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깨고 팀의 재도약을 위해 의기투합하고 있다. 남장현 기자
■ 70년생 동갑내기 ‘절친’ 노상래 감독·김태영 코치·GK 김병지
노상래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느낌와”
김태영 “역할이 다르니 확실한 선이 필요”
김병지 “전략을 녹아들게 하는건 내 역할”
‘감독은 가장 나이가 많고, 코치가 다음이고, 선수들은 어리다?’
● 친구
노상래(이하 노)=주변에서 우려의 눈길을 보냈다. 그런데 좋은 점이 더 많다. 함께 한 공간에서 뛰고 숨을 쉬었다는 게 얼마나 좋나. 사석에선 ‘동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태영(이하 김)=역할이 다르니 확실한 ‘선’이 필요하다. (김)병지는 팀 고참으로 선수단 구심점, 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솔직히 감독님(철저히 ‘님’을 붙였다)이 마음을 닫아버리면 가능할 수 없다.
김병지(이하 병)=지도자들이 전략을 짜면 난 최대한 완숙하게 녹아들게끔 한다. 수행 능력 극대화? 우리가 친하지 않았으면 이런 힘도 없을 거다. 서로 안 맞고, 싫고 그런 게 없다.
김=소통에서 우릴 따라올 팀이 있을까 싶다. 확실한 조화가 이뤄졌다.
병=난 친구들이 너무 고맙다. 사실 올 시즌 끝나고 은퇴하는 걸 염두에 뒀는데, 오히려 말리더라. 지도자는 은퇴 후 언제든 할 수 있다며. 아쉬움을 남기지 말라고 하더라.
● 현역
노=제대로 못 뛰면 잘라버릴 텐데, 사실 병지가 아주 치밀하다. 생각도 깊고, 결정도 빠르다. 모든 면에서 명확하고 확실한 친구다.
김=감독님도 만만치 않다. 선수 시절에는 털털하고 사람 좋은 성격이었는데, 지도자가 돼 성향도 바뀐 것 같다. 완벽주의자가 되려나?
노=솔직히 오래 현역 생활을 하는 병지가 부럽진 않은데, 가끔 화가 날 때도 있다. 나랑 김 선생은 작전 짜고, 명단 만드느라 골머리를 앓는데 마음 편히 볼 터치를 하는 모습을 볼 때란. ‘확, 공을 빼앗아버릴까’ 싶다.
병=아이고, 그러지 마. 놀면서도 다 생각을 하고 있어.
김=나도 필드플레이어로 36세까지 했으니 유니폼이 그립진 않은데, 병지가 웃으며 뛰어놀 때는 조금 짜증나기는 해.
● 전남
노=우리가 갈 길이 멀지. 그래도 외롭지 않다. 김 선생은 전략과 전술적 폭을 넓혀주고, 병지는 킥이 약하고 정확도가 떨어진 걸 빼면 완벽한 실력을 갖췄으니 얼마나 행복해.
김=선수들도 칭찬하고 싶다. 의지? 전력은 조금 약해보여도 전남만의 뭔가가 있다. 모래성보다는 차곡차곡 쌓인 블록이 더 단단하듯 한 단계씩 발전하고 있다. 위기 상황을 잘 대처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래서 병지 역할이 중요하다.
병=우리의 방향은 확실히 정해졌다. 다른 후배들이 말하던데, ‘전남은 까다롭다’는 평가가 많다더라. 쉽지 않은 팀이 된 건 분명하다. 투자대비 고효율? 짜임새도, 저항력도 갖춘 좋은 팀이 돼 가고 있다.
노=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이고 싶다. 그저 ‘6강’에 초점을 맞춘 것도 아니다. 시즌이 끝난 뒤 합리적 결과를 낸 모습으로 인정받고 싶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