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활용한 부부 은퇴설계
김치완 한화생명 보험연구소 수석연구원
부부 은퇴설계의 가장 좋은 방안은 부부가 각각의 연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또 부부 중 한쪽이 먼저 죽었을 때 남은 배우자가 혼자 사는 기간의 생활비와 의료비를 고려해 연금설계를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남편의 사망은 경제력 상실로, 아내의 사망은 생활력 상실로 이어진다. 남녀의 평균수명을 감안하면 부인의 연금 비중을 남편보다 크게 하는 것이 좋다. 전업주부라도 적은 금액을 꾸준히 모아두면 손주들에게 용돈이라도 줄 수 있는 할머니가 될 수 있다.
중대한 질병이나 장기 간병 등 노후 의료비에 대비한 연금설계도 필요하다. 혹시 모를 질병이나 사고로 소득이 단절되고 막대한 병원비 지출이 발생하게 되면 노후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아무리 연금수령액이 많더라도 암과 같은 중대 질병을 연금으로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에 대비한 질병보험을 가입해 두는 게 좋다. 여성은 여성 관련 질병과 부인성 질환 보장이 잘돼 있는 상품인지 확인해야 한다. 질병보험에 가입할 때는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 의료특약을 꼭 챙겨야 한다. 연금에 가입할 때 의료비나 장기 간병 관련 특약을 함께 신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부모들의 관심이 많은 자녀 교육비의 경우 어린이 연금으로 준비할 수 있다. 어린이 연금은 자녀가 목돈이 필요한 시기까지 장기 투자를 하면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고,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이 있어 세후 수익률도 높다. 다만 조기에 해약하면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긴급할 때는 인출이 가능하고, 자금 여유가 있을 때는 추가로 보험료를 납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가입해야 한다. 요즘은 연금 개시 시점을 기존 45세에서 19세로 앞당겨 고객이 원하는 시기에 적립금 중 일부를 원하는 만큼 활용할 수 있는 상품도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은퇴 후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 ‘소득 절벽’ 시기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국민연금 수급연령이 2033년에 65세로 높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은퇴 시점을 55세 전후로 봤을 때 10년간의 소득 공백이 생긴다. 물론 내년부터 정년이 연장돼 이 기간은 다소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최소 5년간은 소득 없이 버텨야 한다. 이 경우 국민연금의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할 수 있지만 1년당 6%의 감액률이 적용돼 손해가 생긴다.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만 60세 이상 유주택자가 집을 담보로 국가가 보증하는 연금을 매월 받는 제도다.
물론 가장 좋은 해결책은 각종 연금을 부부가 미리미리 균형 있게 준비하는 것이다. 연금상품이 본인의 라이프사이클에 맞는지, 또 추가납입 중도인출 등의 안전장치가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가입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