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5월의 주제는 ‘문화예절’]<96>허용치 넘긴 도심 야외공연
이날 권 씨 가족이 찾은 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잔디광장에는 고등학교 학생회연합회가 주최한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권 씨의 딸을 울린 것은 행사 진행을 맡은 사회자가 마이크로 쩌렁쩌렁하게 외친 “박수”라는 고함이었다. 가까스로 딸을 달랜 이후 권 씨 가족은 무대에서 100m 이상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지만 뒤이어 진행된 관현악단 연주 소리에 또 한번 귀가 멍멍해지는 고통을 느껴 서둘러 자리를 떴다.
같은 날 풍물놀이와 민요 공연이 열린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도 비슷했다. 야외공연장에 모인 300여 명의 관객이 민요 가락에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 반면 주변 잔디밭에서 한가롭게 쉬고 있던 다른 시민들은 점차 소리가 커지자 짐을 챙겨 호수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회사원 이모 씨(25·여)는 “매주 산책을 즐기러 이곳을 찾는데 공연장 확성기 소리가 너무 심해 방해가 된다”고 불평했다.
소음관리를 담당하는 구청은 “공연이 주말에 몰려 있어 단속이 힘들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실제로 이 씨는 송파구 당직실에 확성기 음량을 줄여달라는 민원을 넣었지만 “공원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모두 퇴근했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한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은 “야외 공연의 음악소리는 관객에게는 예술이지만 주변 사람에게는 소음이다”며 “소음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당국의 감독 강화와 함께 간이 방음벽 설치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