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친노-비노 갈등 격화 노무현 前대통령 6주기 추도식서 아들 건호씨 김무성 맹비난 파문 물세례-야유… 불신 민낯 드러나 친노세력, SNS서 비노-與에 공세
김상곤, 野혁신위원장 수락 24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을 맡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오른쪽)이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문재인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당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공천 개혁 등과 관련한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특히 전날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서는 당 내홍의 심각한 단면이 드러났다. 일부 추모객은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김한길 전 공동대표에게 물세례를 퍼부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해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추모식에 불쑥 참석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원조 친노’ 인사들이 노 씨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며 정치를 재개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비노(비노무현) 진영 지지자들은 “친노의 미달 정치”라며 비판했다. 당 내홍과 여야 정치 불신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 ‘김상곤 혁신위’ 순항할지 미지수
김 전 교육감이 내놓은 수락의 변이다. ‘김상곤 혁신위’는 인사, 당무, 공천 등 당 전반에 걸친 혁신을 주도하게 된다. 김 전 교육감은 “문 대표께서 ‘혁신을 위해 본인이 갖고 있는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도 “혁신위원회의 혁신 소관사항에 대해 사실상의 제약은 거의 없는 셈이다”라고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김 전 교육감이 ‘독배’라고 표현한 것처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위험 수위까지 다다른 친노-비노 진영 간 갈등을 수습해야 한다. 현역 의원들의 반발을 딛고 공천 개혁도 진행해야 한다.
당장 서울대 조국 교수의 참여 여부를 포함한 혁신위 위원을 인선하는 작업부터가 난관이다. 조 교수를 위원장으로 강하게 추천했던 친노 진영은 조 교수가 혁신위에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해야 한다는 태도다. 실제로 조 교수는 문 대표가 김 전 교육감에게 위원장직을 제안했던 21일 심야 회동에도 함께했다. 그러나 비노 진영은 “친노 색채가 강하다”며 조 교수의 혁신위 참여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 문재인, 박원순 만나 “희망 스크럼”… 안철수 “그건 뭔가” ▼
이철희 두문정치연구소장은 인터넷 팟캐스트에서 “김 전 교육감의 그동안의 행보를 볼 때 혁신위원장으로 얼마나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오히려 (계파 간) 싸움만 더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문재인 ‘희망 스크럼’ 카드 성공할까
문 대표는 이날 저녁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2·8 전당대회 때 ‘희망 스크럼’이라는 표현을 썼고 (이번에 박 시장과)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대 경선 당시 박 시장, 안철수 전 공동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차기 대선주자들의 협의체인 ‘희망 스크럼’ 구성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과 이와 같은 밀접한 관계)”이라는 표현을 쓰며 문 대표를 돕겠다고 했다. 문 대표 측은 “혁신위원장 권유를 위한 19일 회동에서 (문-안-박) 세 사람이 만나기로 약속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선주자라고 누가 자격을 주는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의 모임은 뭐고, 최고위원회는 무엇인지 명확한 역할 규정이 있어야 한다”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공유가 되지 않으면 (성사되기) 힘들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혁신위원장직을 거절한 안 전 대표가 재차 문 대표와 거리를 둔 것. 이 때문에 문 대표가 박 시장과의 회동으로 안 전 대표를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원조 친노’ 인사들은 SNS에서 비노 진영과 여당에 대한 비난 공세를 높였다. 문성근 전 민주통합당 임시 대표는 트위터에서 “‘여당 대표’가 추도식에 처음 참석한다면 ‘의전 준비’를 위해 협의가 필요한데 ‘통보’조차 없이 언론에만 알리고 경찰 병력까지 증파했다. 예의에 어긋나는 짓을 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배우 명계남 씨도 비노 인사들을 향해 “새누리에 질질 끌려 다니고 자기 살겠다고 동료들까지 죽이려 혈안인 야당 정치인들 오늘 노건호 씨에게서 한 수 배웠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물세례를 받았던 김한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새정치연합의 이름 아래 모인 사람들은 ‘친노’든 ‘비노’든 모두가 동지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조차 상대를 비난하고 증오하는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 / 김해=배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