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62%… “시민혁명과 같은 일”
23일 아일랜드 더블린 궁 앞. 동성결혼 합법화를 결정짓는 국민투표 결과를 알리는 전광판이 초록(찬성)으로 물들자 곳곳에서 환호가 터졌다. 찬성이 62.1%로 압도적이었다. 결과를 기다리던 2000여 명의 시민들은 동성애자 파트너와 포옹과 키스를 나누며 기뻐했다.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갯빛이 인파를 수놓았다.
아일랜드가 23일 국민투표를 통해(찬성 62.1%, 반대 37.9%) 동성결혼을 헌법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나라는 많지만 국민투표에 따라 합법화를 결정한 나라는 아일랜드가 처음이다.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스페인,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캐나다 등 18개국이 의회 입법이나 법원 판결 등을 통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국민투표는 “결혼은 성별과 상관없이 법에 따라 두 사람에 의해 계약될 수 있다”는 문구를 헌법에 넣을지를 물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국민투표는 젊은층이 적극적으로 나서 60.52%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며 “앞으로 동성 부부들도 자녀 입양, 재산 상속 등에서 법적으로도 이성 부부와 같은 권리를 누리게 된다”고 전했다.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아일랜드가 평등한 결혼을 투표로 결정하는 새 역사를 썼다. 투표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올해 초 커밍아웃한 리오 바라드카 보건장관은 “역사적인 날이다. 시민혁명과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위상 추락을 확인한 가톨릭계는 결과에 반발했다. 아일랜드 가톨릭 대주교·주교들은 성명을 통해 “아일랜드 교회는 결혼을 남성과 여성 간 결합으로 정의한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가 이 정의를 바꾸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평등을 지지한 아일랜드인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