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절로 가는 사람/강석경 지음/272쪽·1만3500원·마음산책
책과 함께 온 자료에는 문학적, 종교적 산문이라고 돼 있지만 기자의 눈에는 스님을 비롯한 절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인터뷰 집처럼 보였다. 취재원을 한번 보고 그친 게 아니라 오랜 시간 공들여 만났다. 그래서 ‘생(生)은 자기를 찾아가는 구도’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지만 글은 달달하고 재밌다. 취재원의 말과 근황을 풀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절의 유래도 넣고 옛 고승의 법문도 넣고 요즘 시인의 시도 넣고 작가의 깨달음도 넣고 해서 감칠맛을 냈다.
인터뷰 대상자도 고승대덕만은 아니다.
책에 들어 있는 한 비구니 스님의 오도송(悟道頌·도를 깨달은 뒤 읊는 시)은 책의 느낌을 잘 표현해준다.
‘종일 봄을 찾아 헤매었지만 봄을 찾을 수 없어라/짚신이 다 닳고 용두산 구름이 덮인 곳까지 헤매었네/지쳐서 집으로 되돌아와 보니 매화 가지에 매화꽃이 방긋 웃네/이제 봄이 온 시방(十方)에 두루 와 있음을 알았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