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청년은 처음으로 항공기 일등석에 몸을 실었다. 그것도 ‘꿈의 항공기’라는 A380이었다. 18일 인천공항을 떠나 파리를 향한 테니스 유망주 정현이었다.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 본선에 도전에 나선 정현의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세계 69위 정현은 20일 세계 156위 재러드 노덜드슨(미국)에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0-2(0-6, 1-6)로 완패해 21일 귀국하게 됐다.
정현의 완패는 예고된 결과였는지 모른다. 최근 무리한 강행군으로 지칠 대로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정현은 지난 3주 동안 미국과 부산, 서울로 연결되는 3개 대회에 연이어 출전했다. 출국 전날까지도 서울오픈 결승을 치렀다.
정현은 프랑스오픈에 전념해야 했지만 자신의 의류 스폰서 업체가 주최하는 국내 대회를 외면할 수 없었다. 클레이코트와 하드코트 대회를 오가면서 컨디션 조절에도 애를 먹었다. 정현을 지도했던 김일순 전 삼성증권 감독은 “보통 시차 적응에 3일은 걸리는 데 현이는 몽롱한 상태였을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프랑스오픈 측은 예선 톱시드인 정현의 경기 순서를 뒤쪽으로 배치했다. 지명도를 감안한 배정이었지만 오히려 한국시간으로 오전 1시 이후에 플레이를 하게 돼 잠잘 시간에 코트를 뛰어다니게 됐다. 정현을 전담하고 있는 윤용일 코치는 “어디 아픈 건 아니고 휴식이 필요하다. 재충전해서 윔블던 본선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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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에 허덕이던 한국 테니스는 모처럼 한줄기 희망을 찾았다. 정현이 탄탄한 재목으로 성장하려면 본인 뿐 아니라 어른들의 체계적인 관리도 절실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