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사흘 안에 급사할 수 있어. 더러운 돈 때문이니 다 정화해야 해.”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의 한 환전소 앞을 지나던 중국 동포 송모 씨(59·여)는 중국의 유명 무속인 ‘황 선생’의 손녀가 한 말에 섬뜩함을 느꼈다. 송 씨는 딸이 아프다며 길을 묻는 중국인과 대화를 하던 중 “용한 무속인이 있다”는 말에 이끌려 들어왔다. 황 선생 손녀라는 커모 씨(42·여)는 중국의 ‘황 선생’과 전화하더니 “돈을 정화하는 무속 의식을 해야 아들이 산다”며 송 씨를 꼬드겼다.
중국에 거주 중인 아들(33)의 안부를 늘 걱정하던 송 씨는 그 말을 듣고 가지고 있던 현금 1200만 원과 통장의 700만 원을 인출해 총 1900만 원을 비닐봉지에 담았다. 돈을 커다란 가방에 넣은 뒤 의식을 행한 커 씨는 “열흘 안에 가방을 열면 효과가 없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의심스러운 기분에 송 씨는 다음날 가방을 열어봤고,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이건혁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