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주관 기념식 동반참석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35주년 기념식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정의화 국회의장(오른쪽부터)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반면 박승춘 보훈처장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부터)은 입을 닫고 있다. 정부가 이 노래의 제창을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 물병 세례 받은 김무성 “내년에도 참석하겠다”
이날 행사장에서 문 대표는 전날 전야제에서 곤욕을 치른 김 대표에게 “어제 (전야제) 행사에 참석한 건 의미 있었는데 (물병 투척 같은) 그런 일이 있어서 안타깝다”고 위로했다고 한다. 전야제 무대에서 사회를 본 출연자가 돌발적으로 김 대표에게 “나가라”고 한 것일 뿐 유족 등 주최 측 입장은 아니었다는 얘기를 전했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한 정부를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는 5·18의 위대한 역사를 지우려고 한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북한과 관련시켜 5·18을 이념적으로 가두고, 지역적으로 고립시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당 내홍과 관련해선 “재·보선 때보다 무섭게 민심을 만났다”며 “저부터 시작해 당, 지도부, 국회의원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고 치열하게 혁신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나 이날도 호남 민심은 싸늘했다. 일부 시민은 ‘친노 패권에 기생하는 호남정치인은 각성하라’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든 채 행사장을 나오는 문 대표에게 “사퇴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 ‘국민 통합’과 거리 먼 5·18 기념식
이에 앞서 정의화 국회의장과 문 대표는 태극기를 흔들며 ‘임을 위한…’을 불렀다. 김 대표도 약속대로 노래를 불렀다. 김 대표는 행사가 끝난 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창돼야 한다”며 “(제창을 불허한 국가보훈처 등을) 계속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총리 대행 자격으로 참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등은 정부 방침에 따라 입을 다물었다. ‘임을 위한…’의 기념곡 지정과 제창 불허 논란이 풀리지 않으면서 올해 기념식도 ‘국민 통합’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주=황형준 constant25@donga.com·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