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특파원
#2. 아베 총리가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미 연방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한 지난달 29일 워싱턴에서 가장 비싼 호텔 중 하나인 포시즌 호텔에선 사사카와 평화재단 주최로 미일 동맹 강화 관련 심포지엄이 열렸다. 일정 전체가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으로도 생중계된 이날 심포지엄에서 아베 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의 당위성과 특히 일본 정부의 ‘보통 국가화(전쟁 가능 국가화)’의 필요성을 일본어로 설명했다. 재단 이사장은 미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국장(DNI)을 지낸 데니스 블레어가 맡고 있어 미국의 전현직 외교 안보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하는 등 호텔 로비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국 외교가 미국 일본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길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 내 여론을 움직이는 오피니언 리더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이 국익을 위해 각종 싱크탱크를 앞세운 여론전을 전개하고 있지만 한국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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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전문가인 래리 닉시 CSIS 연구원은 최근 기자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6월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전 한국의 주요 싱크탱크가 먼저 워싱턴에 와서 한국 관련 어젠다를 던지고 이를 공론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외교란 복잡하면서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두뇌 싸움이다. ‘실용 외교’의 전제는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유연한 상상력에 상대국의 마음을 사는 여론전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이승헌·워싱턴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