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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운명의 날’… 檢 “증거인멸 우려” 영장청구 검토

입력 | 2015-05-08 03:00:00

‘성완종 1억’ 받은 혐의 8일 출석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측에서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은 홍준표 경남지사의 집무실 문이 7일 굳게 닫혀 있다. 창원=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홍준표 경남지사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8일 오전 10시 검찰에 출석한다. 검찰은 내부적으로 홍 지사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성 회장의 정관계 금품 제공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홍 지사에게 1억 원을 전달했다는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과 관련 증거를 최종 점검했으며 홍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내부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 전 부사장에게서 “2011년 6월 아내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가 홍 지사와 나모 보좌관을 만났다. 홍 지사에게 5만 원권 다발 1억 원이 담긴 쇼핑백을 건네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수사팀은 옛 국회 의원회관 설계도면과 배치도까지 확보해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을 검증했다.

수사팀 내부에선 홍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상 실무적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받은 액수가 2억 원을 구속영장 청구 기준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홍 지사 측의 증거 인멸과 윤 전 부사장 등에 대한 회유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 내부 기류가 바뀌고 있다. 특히 검찰은 홍 지사 측근 김모 씨와 엄모 씨가 윤 전 부사장에게 “(홍 지사가 아니라) 보좌관에게 돈을 준 것으로 하면 안 되겠느냐” “안 받은 걸로 하면 안 되나”라며 회유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홍 지사의 지시나 방조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게다가 윤 전 부사장이 검찰에서 “홍 지사에게 건넨 1억 원은 성 회장의 ‘공천헌금’ 성격도 있을 것”이라고 진술하면서 단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이상으로 커진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첫 수사 대상자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 수사 의지를 보이자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 수뇌부에선 ‘2억 원 기준’을 지켜 홍 지사를 불구속 기소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법원이 현직 도지사가 구속될 경우 발생할 행정 공백이나 거물급 정치인인 홍 지사의 방어권 보장 문제를 깊이 검토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아 구속영장 기각에 따른 부담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홍 지사의 비서관 출신 강모 씨를 다시 불러 조사하는 등 홍 지사 주변 인물과 관련한 최종 확인 작업을 벌였다. 홍 지사의 또 다른 핵심 비서관인 신모 씨도 소환했지만 신 씨가 일정 변경을 요청해 이날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홍 지사는 이날 하루 휴가를 내고 수사에 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는 성 회장이 남긴 메모와 녹취록은 물론이고 성 회장과 윤 전 부사장의 검찰 진술도 증거능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홍 지사는 “성 회장이 윤 전 부사장의 생활자금이라고 진술한 1억 원이 검찰의 진술 조정 끝에 나의 불법 정치자금으로 둔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관석 jks@donga.com·조동주·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