光州 금호동 어린이공원의 ‘기적’
광주서부경찰서 임호진 경위(위쪽 사진 왼쪽)가 4일 광주 서구 금호동의 한 어린이 공원에서 인솔교사와 함께 놀이를 하는 어린이들을 가리키고 있다. 임 경위 등 형사 5명의 적극적인 단속으로 2005년부터 도박꾼들이 차지했던 어린이 공원은 아이들의 품으로 되돌아왔다. 아래쪽 사진은 2월 20일 이 공원에서 윷놀이 도박판이 벌어진 광경이 잡힌 공원 폐쇄회로(CC)TV 장면.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5월 4일 오전 11시 같은 어린이 공원. 인근 어린이집 원생 40여 명이 교사와 함께 웃음꽃을 피우며 놀고 있었다. 교사 박수민 씨(27·여)는 “한 달 전만 하더라도 만취한 어른들이 윷놀이를 하며 욕하고 싸우는 통에 애들을 데려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경찰이 계속 단속하니 도박꾼이 자취를 감췄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도박꾼들 차지였던 어린이 공원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퍼지고 있다. 이 어린이 공원은 1993년 건립된 영구임대아파트(1500채)의 후문에 있다. 2005년부터 공원에 도박꾼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어린이들은 놀이터를 빼앗겼다. 3745m² 크기인 이 공원에서 10년간 거의 매일 윷놀이 도박판이 벌어졌다. 인근 상인 송모 씨(75·여)는 “윷놀이 도박이 매일 벌어지면서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다 못한 주민들이 연평균 200건 정도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망보는 사람이 따로 있어 단속을 나가도 아무 효과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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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지난달 4일 서 씨 등 윷놀이 도박자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임 경위 등은 이후에도 매일 어린이 공원을 찾아가 순찰을 겸해 청소를 하며 도박꾼들의 공원 진입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임 경위는 “10년간 도박꾼들에게 빼앗긴 공원을 아이들에게 찾아 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