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한국외교/新 실용의 길]<上>동북아 격랑속 한국
“생큐” “곧 다시 만나길” 아베-오바마 트위터 인사 최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트위터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3일 오후 일본 총리 관저 트위터(위쪽)에는 ‘버락, 링컨 기념관 투어 등 모든 것이 고맙다’는 아베 총리 명의의 영문 메시지가 올라왔다. 수 시간 뒤 미국 백악관 트위터에 올라온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조만간 또 보자’는 뜻의 일본어 ‘마타 지카이 우치니’를 알파벳으로 표기해 친근감을 나타냈다. 미국 백악관·일본 총리 관저 트위터
중국 칭화(靑華)대 옌쉐퉁(閻學通) 당대국제관계학원 원장이 올 초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얼핏 들으면 협박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한국이 처한 상황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한 충고다. 중국 전문가들이 잘 드러내 놓고 하지 않는 발언이지만 사실 이보다 더 중국의 속내를 분명히 보여 주는 말도 없다.
현재 한국 외교가 시험대에 놓인 것은 국제 질서가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냉전 체제가 끝난 뒤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던 시대가 기울고 중국이 부상하면서 미국과 전략적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의 대국굴기(굴起·떨쳐 일어남)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Pivot to Asia)’이 맞닿는 절단면상에 놓여 어려움이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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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미국의 독무대였던 국제 질서가 급변한 것은 2008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이 부른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미국이 휘청거리는 사이 중국은 매년 평균 9%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하면서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이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주요 섬에 대한 영토 주권을 선언하고 나서면서 주변국과의 갈등을 키웠다.
탈냉전 이후 ‘소비에트 제국에서 2류 국가’로 전락하는 수모를 당했던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강한 러시아’를 내걸고 장기 집권을 시작하면서 서방과 신냉전을 벌이고 있는 점도 큰 변화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공화국 합병은 2차 대전 후 유럽의 국경선을 다시 긋는 ‘시대를 역류하는 사건’이었다. 미국 서유럽 국가와 러시아의 ‘신냉전’은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제약 요소가 되고 있다.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 대전 전승 70주년 기념식에 한국의 국익만 놓고 본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극동에서의 양국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도움이 되지만 결국 불참을 결정한 것은 미국 서유럽과 보조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극동에서 한-러 협력이 강화되면 이는 중국 북한 일본 모두에 대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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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국제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은 전통 강국들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러시아 제재에서는 미국과 굳건하게 공동 보조를 취하면서도 중국의 AIIB에는 가입해 독자적인 실리외교를 추구하고 있고 인도는 중국과의 국경 분쟁을 의식해 미국산 전투기를 구입하면서도 AIIB나 브릭스가 창설하는 신개발은행(NDB)에서 중국과 보조를 맞춰 미국의 금융 패권에 맞서고 있다.
미중도 예외가 아니다. ‘아시아 재균형’(미국)과 ‘접근 억제 전략’(중국)으로 충돌하면서도 전략경제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등 ‘신형 대국 관계’(중국 표현) 구축을 시도 중이다. 중국과 일본은 역사 영토 갈등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과 지난달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하는 등 해빙을 모색하고 있다.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인 김흥규 교수는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미중 사이에서 사안별로 고민하는 국가들과 ‘중견국 협력체’를 구축해 지혜를 모으고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홀로 대응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