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샹떼/강신주 이상용 지음/880쪽·3만3000원·민음사 1인용 영사기 같은 스마트폰 시대 다시 시네마토그래프로 회귀해 함께 즐길 수는 없나
이 서문은 그대로 책의 존재가치를 설명한다. 영화 보러 외출할 엄두가 안 나는 요즘 사람들에게 ‘영화에 대한 글 읽을 짬’을 묻는 것은 언뜻 어리석어 보인다. 10여 년 전에는 영화 잡지가 지하철역 가판대의 인기 상품이었다. 글과 영상의 플랫폼 지배구조에서 스마트폰이 절대 우위를 차지하게 되면서 그런 모습은 사라졌다. 글과 영상의 소비 방식이 바뀐 게 아니다. 글이 없어지고 영상은 단순해졌다.
후반부 주제로 다룬 ‘밀리언 달러 베이비’(위 쪽)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저자들의 대화는 두 영화에서 모두 ‘관계 맺음으로 인한 존재 가치의 확인’에 주목했다. 민음사 제공
대담 내용은 취향에 따라 좋고 싫음이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굳이 “이 선생님은 영화평론가답게 초기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같은 부스러기 말까지 시시콜콜 옮겨 적어야 했을까. 개정판이 나온다면 군살 빼고 단출하게 부피를 정리해 달라 청하고 싶다.
25편 글 뭉치를 차례로 죽 훑기보다는 관람한 영화를 다룬 부분만 선택해 살피기를 권한다. 영화에 대한 글은 쓴 사람의 의도와 무관하게 독자 또는 예비 관객에게 폐를 끼치기 쉽다. 최종 결과물을 스치듯 경험한 뒤 정리한 평론가나 기자의 글과 창작자 속내 사이의 교집합은 늘 미심쩍다. ‘이런 쪽으로도 한번 생각해 보자’는 제안이 아닌 확신에 찬 단정적 분석의 문장이 적잖아 읽어 나가기 껄끄럽다.
그럼에도 책의 효용은 확실하다. 시간을 어렵게 쪼개 표를 예매하고, 소중한 누군가와 나란히 앉아 서로를 신경 쓰며 같은 것을 바라보고, 극장을 빠져나와 생각을 주고받는 시간. 그 충만한 행복의 기억을 돌이켜 주는 것만으로도.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