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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통절한 반성, 무라야마 ‘통절한 반성’과 맥락 달라”

입력 | 2015-05-01 03:00:00

日서도 ‘美의회 과거사 발언’ 논란
일부 지식인들 “기대보다 수위 높아”… 침략-식민지배 침묵 문제삼지 않아
아사히 “아베, 對美-對아시아 두 얼굴” 야당선 “역사인식 수정 의도” 비판




29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30일 일제히 1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침략’ ‘식민 지배’ 등의 단어를 사용하지 않은 점은 언급했지만 이를 크게 문제 삼지는 않는 분위기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설에서 “일미(日米)가 지향하는 아시아 안정을 위한 일보를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미 동맹 강화가 중국 견제에 편향되지 않고 중층적인 지역 안정에 기여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총리가 연설 곳곳에서 미국의 역사 인식 우려를 불식시키려 노력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은 1면 톱기사에서 “‘침략’ ‘사죄’ 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이례적으로 논설부주간의 해설을 1면 사이드에 싣기도 했다. 아사히는 이 해설에서 “(아베 총리는) 대미(對美)와 대아시아 2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민을 향해서는 마음을 울렸지만 아시아 국민들에게는 냉담했다는 것이다.

도쿄신문도 아베 총리가 연설문 일본어판에 사용한 ‘통절한 반성’의 의미가 무라야마 담화의 ‘통절한 반성’과 맥락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무라야마 담화는 반성의 대상이 ‘식민 지배와 침략’인 반면 아베 총리가 삼은 반성의 대상은 ‘앞선 대전(post war)’으로 서로 다르다”는 지적이다.

한국 내 비판 여론과는 달리 일본 지식인들은 이번 연설에 대해 “기대보다 과거사 반성 수위가 높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아베의 철학과 연설 장소가 미 의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아베의 과거사 반성은 기대를 뛰어넘는 것이었다”며 “애초 미국과 벌인 전쟁에 대해서만 미안함을 표시하고 아시아에 대한 반성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다른 전쟁에 대해서도 ‘통절한 반성’을 표시했다. 한국이 식민 지배나 침략에 대한 반성을 기대했다면 그건 너무 지나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지금까지의 안보 틀을 완전히 바꿨는데 거기에 대한 사전 국민 의견 수렴이 안 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본보 칼럼니스트이자 한반도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동서대 석좌교수는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미일 동맹 강화, 경제 협력 등 아베 총리가 (이번 방미에서) 이룬 것들을 모두 포함시킨 연설이었다”며 “역사 인식에 진전이 있었다면 화룡점정이 됐을 것”이라며 밝혔다.

일본 언론과 인터뷰한 미국 정치 지도자들도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에 대해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내 신 미일동맹의 관계를 재확인해 준 느낌을 갖게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역사 문제에 대한 책임이 일본 측에 있다는 것을 매우 명확히 한, 매우 능숙하고 의미 깊은 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미 의회에서 연설을 지켜본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 대사도 아사히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아베 총리가 일본 국민을 대표해 반성의 뜻을 표명하고 이웃 국가와의 관계를 개선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본 야당은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는 30일 “총리 발언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며 “그간 아베 총리가 국회에서 반복한 ‘무라야마 담화를 전체로써 계승한다’는 언급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인지 아니면 변화가 없는 것인지를 국회에서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사민당의 마타이치 세이지(又市征治) 간사장도 “역사 인식을 조금 수정해 보고자 하는 뜻이 배어 있다”고 비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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