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로 거듭난 스포츠스타들
하지만 군복을 입은 지 불과 4개월여 만에 그는 달라져 있었다. 허인회는 26일 끝난 한국프로골프투어 2015시즌 개막전인 동부화재오픈에서 국군체육부대 소속 선수로 우승한 뒤 절도 있는 거수 경례 세리머니를 했다.
뛰어난 신체 조건에 엘리트 프로골퍼의 코스를 밟았던 허인회는 연습장과 담을 쌓은 데다 수입 자동차 사업 등으로 한눈까지 팔면서 주위의 기대에 못 미쳤다. ‘게으른 천재’로 불리던 그는 군대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허인회는 “정신 자세가 바뀌었다. 꾸준한 체력 훈련으로 지칠 줄 모르게 됐다. 새로운 허인회가 태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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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전북 이동국은 “2002년 월드컵 대표에서 탈락한 뒤 2주 동안 평생 마실 술을 다 마셔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깊은 좌절에 빠졌었다”고 말했다. 참담한 심정으로 입대했던 그는 “국군체육부대에서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훈련하는 장면을 본 뒤 해머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능력만 믿고 노력을 하지 않았구나 하는 반성과 후회가 컸다”고 회고했다. 군대 들어갈 때 이제 끝났다고 손가락질받았던 이동국은 제대한 뒤 박수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국군체육부대 소속 이정협은 대표팀에 전격 발탁돼 출전한 아시안컵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군데렐라’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프로농구 모비스 3연패의 주역인 양동근은 “군 복무를 하면서 농구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한 단계 성숙된 것 같다. 팀과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였고 책임감이 늘었다”고 했다.
국군체육부대 전귀찬 참모장(대령)은 “선수이기에 앞서 군인인 만큼 은근과 끈기를 앞세운 강한 정신력을 강조하고 있다. 경기에서 지더라도 패기만큼은 져서 안 된다. 군인 선수들의 활약은 군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윤영길 한국체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방식의 터닝 포인트가 있다. 환경이 낯설고 단체 행동을 강조하는 군대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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