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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생들 ‘위안부 강제동원 인정하라’

입력 | 2015-04-28 03:00:00

아베 日총리 訪美
아베 연설 장소 앞 피켓들고 침묵 시위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내가 성노예” 증언에 학생들 눈물




27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왼쪽)와 한인 시민단체 회원들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위안부 강제동원 부정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하버드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연설했다. 보스턴=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나는 일본 군대의 성노예 생존자입니다.’

27일 오전 8시(현지 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연설 장소인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바로 앞 JFK 스트리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87)가 이런 내용이 적힌 팻말과 ‘X’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할머니의 침묵시위는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등을 부정함으로써 역사의 진실을 말하는 내 입을 막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할머니는 ‘소감을 밝혀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거짓말하는 아베 총리만 만나 주지 말고, 역사적 진실의 산증인인 나도 만나 달라”고 절규했다. 또 기자에게 “아베와 일본 정부가 역사적 진실을 인정하고 사죄할 때까지 난 죽을 수 없다”고 외쳤다.

오전 8시 반경 ‘진실은 다시 쓸 수 없다’ ‘당신(아베 총리)의 역사 부정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 ‘제발 역사를 인정하라’는 내용의 항의 팻말을 든 하버드대 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아베 총리에게 ‘반성과 사죄’를 촉구하기 위해 시위에 참석한 학생들은 하버드대 마크가 새겨진 빨간색 계통의 상의로 복장을 통일했다.

하버드대생들은 시위 방법으로 ‘침묵’을 택했다. 하지만 이들의 메시지는 큰 함성보다 더 우렁찼다. 어느덧 100명을 넘어선 시위대는 오전 8시 반부터 30분간 ‘아베는 전쟁범죄를 사과하라’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아베 강연을 듣기 위해 줄 선 청중과 거리의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신입생인 흑인 화이트 코햄 씨는 “이용수 할머니의 아픔이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이 시위에 참석했다. 우리 할머니도, 우리 어머니도 그런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역사의 잘못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 일정을 취재하는 일본 기자들은 이 시위대를 가로질러 행사장에 들어간 뒤 신기한 듯 이 모습을 촬영하거나 구경하기도 했다.

침묵시위는 아베 총리의 연설이 시작된 오전 9시경 끝났다. 시위대는 곧바로 하버드대 내 18개 학생단체와 개인 162명(실명 103명+익명 59명) 명의의 ‘아베 총리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읽어 내려갔다. 서한은 “일본 정부의 이른바 ‘위안소’ 운영을 많은 사람이 증언하고 있는데도 아베 총리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이 문제는 역사적 이슈가 아니라 현재의 이슈”라며 “우리 하버드대생들은 ‘당신(아베 총리)이 29일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이런 성노예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일본 정부가 직접 개입했음을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몇몇 여학생들은 울분을 느끼는지 눈물을 터뜨렸다.

이용수 할머니는 앞서 26일 오후 하버드대 ‘퐁(fong)강당’에서 학생 70여 명을 상대로 1시간 반가량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할머니는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 나는 이용수다. 일본은 내 인생뿐만 아니라 내 부모, 내 가족의 삶도 모두 망쳐버렸다”고 말했다. 여학생들이 눈물을 쏟자 할머니는 “울지 마라. 여러분 울리려고 온 게 아니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다시는 울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에 학생들은 더 크게 울었다.

보스턴=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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