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형권 뉴욕 특파원
‘한국에서 흡연율은 조금씩 감소하는데 음주율은 오히려 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2014년 지역사회 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간 음주율(최근 1년 동안 한 달에 1회 이상 계속 음주한 사람의 비율)이 지난해 60.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54.1%)보다 6.7%포인트 증가했다.
왜 그럴까.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일을 하는 미국인 J(39·기자에게 익명을 부탁했다)는 “‘내가 먹고 싶어서 먹나’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아이비리그(미 동부지역 8대 명문대) 출신인 J는 한국 대기업 몇 곳에서 모두 7, 8년간 일했다. 서울 강북에도, 강남에도 수년씩 살아봤다. 한국어 실력은 영어 문장에 ‘성북동’ ‘신사동’ 같은 단어를 끼워 넣는 초보 수준이지만 한국을 사랑한다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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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는 “당신이 술 마시고 집에 늦게 들어가면 아내가 꿀물 타주면서 보살펴주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그랬다”고 하자 “당신의 음주를 ‘selfish’하지 않고 ‘selfless’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타적 음주’ 개념을 인식하기 전까진 밤마다 광화문 여의도 강남역 일대에 쏟아져 나오는 양복 차림의 수많은 취객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J의 말처럼 미국은 음주를 보는 시선이 한국과 크게 다르다. 미 유력지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술꾼과 마약류 복용자의 직장 내 생산성 저하 문제’를 보도했다. 결근이 잦거나 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골칫거리란 내용보다 술꾼을 마약류 복용자와 같이 다룬 것이 내겐 더 충격이었다.
한국의 증가하는 음주율이 이타적 음주 인식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술을 권하고, 술을 부르는 다른 주·객관적 이유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쯤 ‘난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술을 마시는가’를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듯하다.
‘잘 못 먹는 술’을 끊은 지 올해로 4년째. 미국 땅에서도 한국분들을 만나면 “술 안 먹고 어떻게 ‘일’을 하나”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내가 금주를 결심한 건 ‘술이 일을 방해하는 순간’을 심신으로 맞이했기 때문이다.
난 지금 일을 위해, 그리고 내 가족을 위해 ‘이타적 금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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