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공백 예상밖 길어져… 李부회장 2015년초부터 활동폭 넓혀
삼성 고위 관계자는 26일 “의식 없는 상태로 치료가 장기화할 경우 심장 건강이 중요한데 의료진이 ‘이 회장이 심장은 타고났다’고 말할 정도”라며 “입원 전까진 끼니를 거르다 폭식한 적도 많았는데 지금은 꼬박꼬박 영양 공급이 이뤄져 전반적인 신체 건강은 더 좋아졌다”고 전했다.
이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해외 기관투자가 및 기업 간 거래(B2B) 파트너사들의 ‘리더십 강화’ 요구를 더이상 뿌리치기 힘들게 됐다. 삼성은 지난 1년간 대규모 사업구조 재편을 벌이면서도 한편으론 이 회장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승진이 없었고, 이 회장이 구축해 둔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사업구조 및 인사가 크게 변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광고 로드중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B2B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삼성으로선 파트너사들의 요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사업 측면만 놓고 봤을 때는 승계를 하루빨리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지난 1년간 이 부회장이 아버지를 대신해 보여준 경영 방식에서 앞으로 바뀔 삼성그룹의 전략을 읽어볼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명분보다는 실리, 문어발식보다는 선택과 집중에 방점을 찍는 사업 구조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한전 부지 입찰 경쟁에서 경영진에 “무리하지 말라”는 당부를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과의 ‘빅딜’ 역시 불필요한 사업은 칼같이 잘라내는 이 부회장식 경영 방식이다.
이 회장이 삼성종합기술원을 중심으로 한 자체 연구개발(R&D)을 중시했다면 이 부회장은 외부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인수개발(M&D·Merger&Development)에 주력한다는 평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수합병(M&A) 및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의 기술 제휴 등을 주도하는 삼성전자 오픈이노베이션센터(OIC)와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등이 대표적인 ‘이재용 조직’으로 꼽힌다.
광고 로드중
그러나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도 이 부회장이 삼성SDS 주식을 팔 계획은 없다”며 “상속세의 경우 주식을 5년간 분납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이학수법)’ 등의 이슈가 여전히 살아 있다”며 “승계 자금이 필요하더라도 삼성SDS 주식의 조기 차익 실현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김창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