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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성원]이번에는 김무성의 호남총리론

입력 | 2015-04-25 03:00:00


“박근혜 대통령께 말씀드립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경질되면 전라도 사람을 한번 총리를 시켜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3일 ‘호남총리론’을 들고나왔다. 4·29 광주 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다. 김 대표는 “이정현 최고위원이 총리를 하면 얼마나 잘하겠나. 또 정승 후보가 이번 선거에 당선돼서, 최고위원이 돼서, 총리를 하면 얼마나 잘하겠느냐”는 말도 했다.

▷당장 광주 선거에 도움을 주려는 의도에다 ‘국민통합을 위해’라는 명분도 그럴싸하다. 실제 이 총리 후임으로 거명되는 총리 후보군 가운데는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김황식·한덕수 전 총리 같은 호남 출신도 있다. 당내 일각에선 다른 해석도 나온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 같은 차기 대권형 주자를 배제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성완종 게이트로 이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까지 대권에서 멀어졌다는 관전평이 나오는 상황이다. 혹여 김문수 오세훈 같은 차기 대선 경쟁자들이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되면 여권 내 1위 주자라는 김 대표의 위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통 큰 사나이 이미지가 강한 김 대표로선 “말도 안 되는 해석”이라 하겠지만 김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그건(호남총리론) 내 진심이야”라고 한 말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주지 않는 게 정치판의 판독법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월 호남총리론을 거론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완구 총리후보자가 지명된 상태에서 “호남총리를 발탁했어야 한다”고 했다가 “뭐∼여, 충청 출신은 총리 해선 안 된다는 거여?”라는 충청 유권자들의 뜨악한 반응에 놀란 것이다. 2·8전당대회를 앞두고 대의원 권리당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호남지역에 잘 보이려다 자충수를 뒀다는 당내 비판도 무성했다. 문 대표와 달리 김 대표는 총리가 지명되기 전에 ‘호남총리론’을 들고나와 특정 지역의 반발을 피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호남 출신을 총리 시켜 주자고 했다고 이번 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새누리당 후보 쪽으로 기울지는 의문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