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신경학자들은 우리 머릿속에 존재하는 생각 체계를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직관 체계다. 산에서 뱀을 만났을 때 우리는 반사적으로 행동한다. 뱀을 앞에 놓고 토론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해야 할지 묻지 않는다. 재빠른 판단과 행동이 생존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숙고 체계다. 복잡한 계산을 하거나 심도 있는 토론을 벌이는 등 노력이 필요한 정신 활동을 일컬으며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고객은 많은 경우 직관에 의존한다. 비슷비슷한 상품 중에 더 나은 것을 고르는 일은 고객에게 스트레스다. 탁월한 영업인이라면 고객이 이것저것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보다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상품을 구성한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저서 ‘상식 밖의 경제학’에서 이와 관련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 중 하나가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넷 판에 나오는 광고다. 이코노미스트는 정기구독 할 수 있는 유형을 1) 온라인 정기구독: 59달러, 온라인 1년치 구독+1997년 이후의 모든 기사를 홈페이지에서 검색 가능, 2) 오프라인 정기구독: 125달러, 인쇄물 형태의 ‘이코노미스트’ 1년 정기구독, 3) 온라인과 오프라인 정기구독: 125달러, 인쇄물 형태의 ‘이코노미스트’ 1년 정기구독+1997년 이후의 모든 기사를 홈페이지에서 검색 가능 등 세 가지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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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에서도 비슷한 영업 방법이 종종 사용된다. 임플란트를 하러 치과를 찾은 고객에게 (갑)사에서 제작한 98만 원짜리, (을)사에서 제작한 215만 원짜리, (병)사에서 제작한 390만 원짜리 상품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대부분의 고객이 (을)사를 선택한다. (갑)은 값이 싸서 미덥지 못하고 (병)을 하자니 경제적으로 부담되므로 극단을 피하고 중간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고객이 구매를 결정할 때 다양한 선택 안을 제시할수록 좋을 것 같지만 오히려 구매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 미 콜롬비아대 쉬나 아이옌거 교수는 동료 교수와 함께 이를 실험으로 입증했다. 이들은 한 진열대에는 잼 6종류를, 다른 진열대에는 잼 24종류를 진열한 다음 쇼핑객들에게 시식하게 한 후 구입을 권유했다. 진열대가 놓인 통로를 지나간 242명 중 40%는 잼 6종류가 놓인 진열대를, 60%는 잼 24종류가 놓인 진열대를 방문했다. 처음에는 잼 종류가 많은 쪽에 매력을 느낀 셈이다. 그러나 6가지 잼이 놓인 진열대를 방문한 고객 중 실제로 구입한 사람은 30%였지만 24가지 잼을 구경한 고객 중 실제로 구입한 사람은 단 3%에 불과했다. 선택 안이 많으면 고민만 하다가 오히려 구매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심리를 보여주는 결과다.
고객이 가장 선택하기 쉬운 상황은 3가지 중 하나를 고를 때다. 아울러 이 3가지 선택 안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최종 의사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
오정환 미래경영연구원장 ecoo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