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의 핫플레이스에 서면…
매주 일요일마다 마요르광장 근처에서 열리는 벼룩시장 ‘엘라스트로’는 500여년의 긴 역사를 자랑한다. 길게 늘어선 노점에서 각종 의류와 장신구, 그릇, 장난감 등 다양한 품목을 구경할 수 있다.(메인사진과 오른쪽 아래) 에스파냐광장에는 말을 타고 곧장이라도 달려 나갈 것 같은 돈키호테 동상을 볼 수 있다. 마드리드=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하지만 하루 동안 도시의 속살을 찬찬히 들춰본 결과 마드리드는 억울할 만하다. 유럽 여행 도중 ‘볼 게 없네, 쉬어가자’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밋밋해 보일 수 있는 도시지만, 감성 풍부한 눈으로 바라보자면 이만큼 특이한 도시도 없다. 유럽의 우아함과 스페인 민족의 열정, 또 그 이면에 갖춘 시에스타의 나른함까지…. 이 모든 것이 한 국가의 수도라는 특징과 맞물려 다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요르 광장 근처의 산미겔 시장. 가벼운 디저트에서 술안주까지 다양한 먹을거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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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특산품인 가죽 공예품과 수제 장신구, 의류, 골동품, 회화 등을 수백 개의 노점상에서 판매한다. 가죽가방 노점에서는 라이터 불로 지져 진짜 소가죽이라는 걸 몸소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상표를 뒤집어 보면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반전이 숨어 있는 제품도 있으니 주의할 것.
마요르 광장과 인접한 산미겔 시장은 이름만 시장이지 사실 푸드코트에 더 가깝다. 스페인 전통음식인 하몬, 파에야, 타파스 등을 상그리아 와인 맥주 등과 함께 먹을 수 있다. 한낮에도 돼지 다리를 통째로 염장해 상온에 숙성시킨 하몬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칼로 얇게 저며 맥주 안주로 먹는 이들이 많다.
쇼핑 명소 ‘세라노’ ‘그란비아’ ‘추에카’
솔 광장을 기점으로 오른쪽에 있는 그란비아 거리부터는 쇼퍼들의 천국이다. 그란비아 거리에는 자라 망고 같은 브랜드숍이 많고, 세라노 거리는 구치 디오르 등 명품매장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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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찾은 ‘마드리드의 홍대’ 말라사냐 지역은 밋밋하기 그지없었다. 원래 이름이 한국의 대학로처럼 ‘대학지구’이지만 주로 말라사냐라고 칭한다.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이 즐길 수 있도록 바 레스토랑 등의 가격이 저렴한 편이지만 낮 시간에는 대부분 문을 닫는다고 한다.
뻔하지만 놓치면 안 될 명소 프라도 미술관
쇼핑을 마치고 오후 5시 30분쯤 시내 동쪽에 있는 프라도 미술관으로 향하면 성공적인 마드리드 시내 관광을 마칠 수 있다. 스페인의 국민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그림이 다수 전시된 프라도 미술관은 매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무료로 개방하기 때문이다. 5시 40분쯤부터는 무료 관람하기 위해 모인 줄이 미술관 건물을 따라 길게 늘어선다. 고야의 ‘옷을 입은 마하’와 ‘옷을 벗은 마하’ ‘아들을 먹어치우는 사투르누스’ 등의 해설을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로도 들을 수 있다. 오후 8시에 관람을 마치고 나와도 낮이 긴 스페인은 해가 중천에 떠있으니 놀라지 말자. 프라도 미술관에서 걸어서 20분이면 다시 솔 광장까지 갈 수 있다. 노을과 함께 어느 구석을 봐도 예쁜 건물들을 구경하며 걸으면 금세 도착한다.
낮과 밤의 마드리드는 다르다. 광장의 풍경과 하몬 가게, 저녁 장사를 위해 뒤늦게 문을 연 레스토랑까지…. 오후 6시만 되면 가게 셔터를 내리기 시작하는 여느 유럽 도시와 다르게 마드리드의 밤은 늦게까지 활력이 넘친다. 블로그나 가이드 책자에 나온 맛집이 아니어도 좋으니 노천에 앉아 상그리아와 하몬으로 마드리드의 밤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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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정도 시간이 더 허락된다면 근교의 숨은 보석 ‘톨레도’를 추천한다. 마드리드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천년의 고도(古都) 톨레도가 나온다. 멀리서 보면 오래된 황토색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마을처럼 보이는 이 소도시는 이래 봬도 1000년 가까이 에스파냐 왕국의 수도였다. 경치가 아름다워 배우 이보영 지성 커플이 이곳에 와서 웨딩화보 촬영을 한 이후로 한국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졌다.
마드리드=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