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오늘 점심은] 중고교 40여곳 콘테스트 해보니
급식이 잘 나오는 학교는 그만큼 비싼 급식비를 내기 때문 아닐까. 그러나 ‘베스트’로 뽑힌 학교와 ‘워스트’로 뽑힌 학교에서 학생들이 내는 점심 급식비는 각각 4000원과 3500원으로 가격 차이가 500원에 불과했다. 인건비와 운영비를 뺀 식재료비에 들이는 비용도 거의 비슷하다. 두 학교가 소속된 경기도교육청에서 추산하는 고등학교의 평균 식재료비는 70% 수준. 이 추산 방식에 따르면 두 학교는 각각 2800원과 2450원 정도의 식재료비를 썼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돈의 차이는 아닌 셈이다.
○ 학교의 정성이 식판을 비운다
이날 점심은 오므라이스, 한국식 샐러드, 말린 새우·멸치 볶음, 열무김치, 누룽짓국, 청견 반쪽. 평범한 메뉴지만 학생들은 음식을 남기지 않았다. 3학년 서상필 군(18)은 “야채가 많고 고기는 적은 편이지만 음식이 맛깔스럽고 영양교사, ‘밥쌤’(조리 종사원)들과도 밥이 어떤지 얘기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12년째 급식을 맡고 있는 송덕희 영양교사는 “학생들 입맛은 늘 바뀌기 때문에 식당에서 편하게 얘기하면서 어떤 점이 좋고 뭐가 싫었는지 계속 확인해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들기름 유자청 레몬즙 소스를 얹은 샐러드에는 호평이 쏟아졌다. 송 교사에게 직접 ‘다음에 또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는 학생도 있었다.
○ 들쑥날쑥한 영양사·조리사의 실력
학교별 편차가 큰 또 다른 이유는 영양사·조리사의 역량이다. 이번 급식 콘테스트에서 좋은 사례로 꼽힌 서울과학고의 사진을 보고 전문가들은 “비싸지 않은 재료로 맛있게 조리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학생이 잘 안 먹으려는 채소를 여러 가지 레시피로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반면 서울 C고나 강원 K고 급식은 같은 생선구이더라도 너무 말라 비틀어져 보이는 등 식욕을 전혀 자극하지 못했다.
맛 때문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학교급식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초중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 92억 원이었던 비용은 2013년 124억 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 만족도 조사로 학교 경쟁 필요
위생 검사에만 집중되는 교육 당국의 급식정책도 바꿔야 한다. 윤기선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식중독 같은 안전 문제만 강조하기보다는 품질을 높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교육청도 주기적으로 학교 급식실을 점검하지만 식중독 예방을 위한 위생검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확한 만족도 조사도 필요하다. 교육부는 연간 총 200여 개 학교(학생, 학부모, 교직원 포함해 1만 명)만 샘플링해 지역별 만족도 조사를 시행할 뿐이고 개별 학교의 자체 급식 만족도 조사는 참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