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작가 최고운, 웹툰 작가 미깡, 최현숙 편집자 ‘달달한 음주 인터뷰’
10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전통 주점에서 웹툰 ‘술꾼 도시 처녀들’의 미깡 작가와 에세이 ‘아무 날도 아닌 날’의 최고운 작가, 최현숙 편집자(왼쪽부터)가 취향대로 고른 술을 들고 건배를 하고 있다. 미깡 작가는 자신과 닮은 캐릭터 ‘꾸미’ 그림을 들고 찍었다. 최 편집자는 ‘술자리가 좋아서 술 마신단 말은 거짓말’이라며 ‘술은 맛있어서 마시는 것’이라고 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웹툰 ‘술꾼 도시 처녀들’(술도녀)을 그리는 작가 미깡(필명·35)은 외모와 성격, 주량과 술버릇도 제각각인 서른여섯 동갑내기 술꾼 ‘꾸미’ ‘리우’ ‘정뚱’의 술과 일, 연애 이야기를 풀어냈다. 홀로 술 마시던 또래 여성 독자들은 ‘술도녀’를 보며 그들과 함께 술 마시는 듯 고독함을 달랜다. 지난 1년간 조회수가 5000만 건이 넘었다.
웹툰 ‘술꾼 도시 처녀들’의 한 장면. 미깡 그림
▽최현숙=우리 주변엔 늘 술 마시는 사람이 있었다. 미깡 작가가 웹툰을 그리면서 술이 콘텐츠의 양지로 나왔고 최 작가가 술에 다양한 인생 경험을 녹여 외연을 넓혔다. 여성도 자유롭게 술을 즐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미깡=회사 다닐 땐 하루 종일 나만의 시간이 없어 아무리 피곤해도 그냥 자면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일중독에 성격도 완벽주의에 가까워서 술을 마셔야 스트레스가 풀렸다. 또래 여성들도 비슷해서인지 웹툰에 “공감한다” “외롭지 않다”는 댓글을 많이 달았다.
―술도녀도 결혼에서 자유로울 순 없는데….
▽최고운=이젠 결혼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과도기 상태다. 주변에 ‘비혼(非婚)자’도 굉장히 많다. 갔다가 빨리 돌아오는 돌싱도 많고, 황혼 이혼도 늘면서 부모 세대도 생각이 많이 유연해졌다.
―술을 콘텐츠로 빚기가 쉽지만은 않겠다.
▽미깡=재밌는 이야기라면서 술자리 제보 메일이 꽤 들어오는데 받아서 쓴 적이 없다. 술 마시고 망가진 이야기는 당사자를 아는 사람만 재미있다는 한계가 있다. ‘너만 웃겨’란 소리 들으면 실패한 것이다.
▽최고운=술과 섹스 칼럼을 쓰다 보니 음담패설에 가까운 이야기를 고민 상담이라며 써달라는 사람도 있다. 술로 이겨보려는 남자도 많아서 당혹스럽다.
술잔이 연거푸 돌자 술도녀들은 술맛도 모른 채 척박하게 사는 아랫세대를 걱정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