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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세계 톱5 들어 2016년 올림픽 나가야죠”

입력 | 2015-04-21 03:00:00

LPGA 기적의 우승 김세영 인터뷰
“대회 전날 바닷가 누웠다 새 똥 맞아… 친구가 잘풀릴 징조라며 사진 찍어줘
ANA 역전패 뒤 독한 훈련이 효과… 일단 2015년 우승 한번 더 하고 싶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세영(22·미래에셋)이 19일 대회가 끝난 하와이 코올리나 골프장에서 환하게 웃으며 인터뷰하고있다. 롯데 제공

“재미있는 얘기 해드릴까요. 대회 전날 바닷가에 누워 있었는데 갑자기 흰 새 똥이 내 이마에 떨어진 거예요. 눈에 안 들어가 다행이었다니까요. 옆에 있던 친구가 일이 잘 풀릴 징조라며 기념사진까지 찍어줬는데…. 호호∼.”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처럼 늘 밝고 긍정적인 생각을 지녔던 게 행운을 불렀을까. 22일 태평양 건너 휴대전화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바로 옆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듯 들떠 있었다. 기적에 가까운 칩인 파와 샷 이글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세영(22·미래에셋)은 하루가 지난 뒤에도 여전히 흥분한 것 같았다. 이번 주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 출전을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머물고 있는 김세영은 “호텔방에서 뒤늦게 우승 장면 동영상을 봤는데 내가 완전 신나 하더라. 이젠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월에 처음 낯선 투어에 뛰어들었을 때는 친구와 가족 생각에 외로움이 심했다. 영어 때문에 늘 긴장하며 지내야 했는데 요즘은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면서 편해졌다”고 덧붙였다. 한국에 있는 캐나다 출신 교사와 원격 영어 수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얘기.

이번 우승으로 김세영은 신인상뿐 아니라 올해의 선수 포인트 순위에서도 1위에 올라 1978년 낸시 로페즈 이후 사상 첫 두 부문 동시 석권을 노리게 됐다. 대기록 달성에 대해 높아진 관심을 언급하자 김세영은 “그건 벌써 (신)지애 언니가 한 것 아니냐”면서 “내 목표는 따로 있다”고 했다. 신지애는 2009년 신인상을 받기는 했어도 올해의 선수상은 단 1점이 모자라 로레나 오초아에게 내줬다. 김세영은 “(그런 기록을 달성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긴 한데 내가 가려고 하는 세계 랭킹 5위에 오르려면 아직 멀었다”고 했다. 올해 초 39위로 출발한 그의 세계 랭킹은 현재 16위. “세계 랭킹 톱5에 들어야 내년 올림픽 출전도 가능하다. 일단 올해 우승 한 번 더 하고 싶다.”

평소 놀러 다니기 좋아하는 김세영은 하와이에서는 좋아하는 수영 한번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무리 내가 강철 체력이라고 해도 무리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자제하는 게 많아졌죠. 시즌도 길고 자기 관리가 중요하잖아요.”

김세영은 시즌 첫 대회인 코츠챔피언십에서 예선 탈락한 뒤 바로 다음 대회에서 우승했다. 시즌 2승째를 달성하기 전에 그는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3타 차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섰다 역전패했다. 김세영은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을 만한 큰 시련이 있어야 뭔가를 얻는 것 같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독하게 마음먹고 운동에 매달렸다”고 했다.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려는 도전 정신은 김세영의 가장 큰 자산처럼 보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