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이 있다. 아직 착하고 순수한 어린 아이로만 보이던 아들. 그런데 그 아들이 같은 반 친구를 잔인하게 죽인 뒤 암매장한 살인범이란 얘기를 경찰로부터 듣게 된다면. 살인범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당신 아들에게도 대입할 수 있을까. 살갑던 이웃이 당신의 가족을 ‘살인범의 가족’이라 부르며 멀리할 때 당신은 어떤 심정일까.
국립극단의 연극 ‘소년 B가 사는 집’(연출 김수희 극본 이보람)은 관객에게 ‘당신이 가해자 가족이라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내내 던진다. 대환이는 14세 때 가장 친한 친구를 죽이고 살인죄로 복역하다 모범수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아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또 다른 자아인 ‘소년B’의 환영을 마주한다. 스스로 세상에서 버림받고 은둔해야 하는 것이 죗값을 치르는 것으로 믿고 연민과 동정을 거부하지만 “하루(살인을 저지른 날)였어. 그 하루가 내 전부가 되는 건 아니잖아”라며 자신을 향한 타인의 불편한 시선에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이 작품은 가해자 뿐 아니라 그 가족으로서 겪는 아픔을 정면으로 다룬다.
‘소년 B가…’는 국립극단이 선보이는 젊은 연출가 시리즈 중 하나다. 지난해 CJ문화재단의 신인 공연 창작자 발굴 지원 프로그램인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선정작으로 초연해 뜨거운 반응을 불렀다.
연출을 맡은 김수희(39)는 기국서 이윤택 김광보 최용훈 박근형 양정웅 등 스타 연출가를 배출한 ‘혜화동 1번지’의 5기 출신이다.
무대 세트는 다소 기울어진 경사와 사선으로 이어진 2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대환이의 집을 배경으로 한 무대세트는 가정집 특유의 따스함과 동시에 불안정한 골조가 묘하게 어우러진다. 관객은 이를 통해 등장인물들의 특징과 심리상태가 간접적으로 느껴진다. 26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1만~3만 원, 1688-5966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