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임종현 포토그래퍼 김현진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동묘벼룩시장은 동묘앞역 주변에 있고, 동대문구 신설동에 위치한 서울풍물시장은 신설동역 주변에 있는데 두 역의 거리가 가깝다 보니, 3~4시간 정도면 걸어서 두 시장을 다 구경하는 것이 가능하다.
두 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둉묘벼룩시장은 야외에 있다는 것이고, 서울풍물시장은 건물 내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 곳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지난 3월 13일 금요일 오후, 이 두 곳을 방문하였다.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동묘벼룩시장
동묘앞역 3번 출구로 나오면 보이는 동묘공원 담벼락을 따라 펼쳐진 동묘벼룩시장은 평일에는 약 300개, 주말에는 약 600개 정도의 좌판이 선다. 동묘벼룩시장은 주말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말을 들어 평일인 금요일에 간 것인데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만 방학 기간에는 학생들의 발길도 부쩍 늘어난다고 한다. 동묘벼룩시장은 조선시대 때부터 내려온 장터자리에,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상인들이 모이며 상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3년 7월부터 2005년까지 추진한 청계천 일대의 복원사업으로, 장사할 장소를 잃은 황학동 벼룩시장 상인들 일부도 합세했다.
좌판에는 골동품, 중고 옷과 신발, 헌책, LP, 카세트테이프, 타자기, 수입식품, 중고가전, 도자기, 카메라, 엽전 등 추억을 자극하는 물건들이 한가득 진열돼 있다. 이런 정겹고 진기한 풍경에, 굳이 물건을 사지 않고 구경만 해도 충분한 재미가 있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와 촬영하는 일반인도 많다.
사람들로 가장 붐비는 곳은 바닥에 옷을 무더기로 깔아놓고 1~2천원에 파는 좌판이었다. 옷을 고르는 사람 중 어린 학생들과 젊은 사람들도 일부 눈에 띄었다.
에디터가 살펴보니 그의 말대로 괜찮은 옷들도 보였다. 그러던 중 구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청재킷을 하나 발견했다. 안 그래도 청재킷을 하나 사고 싶었기에 눈이 번쩍 뜨였다. 하지만 110사이즈였고 다른 사이즈는 없다고 하여 포기해야만 했다.
중고의류를 파는 자판들은 대부분 1~3천원 정도에 물건을 팔았으나, 점퍼나 재킷 등 비교적 비싼 옷을 옷걸이에 진열해 5천 원 이상의 가격으로 파는 곳도 있었다.
한참 옷을 구경하고 있을 때 동묘공원 정문 앞으로 소방차가 왔다.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차에서 내리던 소방대원에게 물어보니, 그냥 소방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변에서 파는 물건 중 화재위험이 큰 게 많아 이를 대비해 자주 소방훈련을 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 좌판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날씨가 추워도 난방기구를 거의 쓰지 않는다.
걷다 보니 토스트나 김치부침개를 파는 곳이 몇 개나 나왔는데, 이곳에서 간단히 요기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식당 중에는 유독 오래돼 보이는 ‘꽃돼지네’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진을 찍고 있으니, 주인아저씨가 나와 “이곳이 60년이나 된 집이다. 서울 어디에도 이런 분위기의 식당은 없을 거다. 그래서 사진 찍는 사람들도 엄청 많다”며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에디터가 방문했을 당시, 오래된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 한 꾸러미와 영화 관련 전집 한 꾸러미를 산 중년 남성이 있었는데, 책방 주인에게 “책들이 무거우니 택배로 보내달라”고 했다. 그러자 택배비를 서점에서 부담하느냐, 손님이 부담하느냐의 문제로 한참 얘기가 오갔다.
전통과 현대의 멋이 공존하는, 서울풍물시장
청계천 복원사업이 이루어질 때 황학동 벼룩시장 등 주변 노점상인 상당수는 2004년경, 동대문운동장에 만들어진 동대문풍물벼룩시장으로 이주하게 됐다. 그런데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을 발표하면서 이전 논의가 본격화되자, 2008년경 숭인여중 부지에 새로 건물을 지어 또다시 이전하게 됐다.
서울풍물시장은 동묘벼룩시장보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적었고, 시설도 잘돼 있어 헤매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었다. 대신 시장 특유의 시끌벅적 한 분위기는 덜했다.
2층으로 된 서울풍물시장은 생활잡화, 공예골동품, 의류, 지역 특산품 등을 파는데 물건에 따라 구역이 나뉘어있어 구경하기 편했다. 일반적으로 1층은 공예골동품을 위주로 팔았고, 2층은 생활잡화 위주로 팔고 있었다.
특히 옛날 물건들이 진열된 상점들 앞에서는 오랜 시간 머물게 됐다. 30년은 훌쩍 넘었을 제품 중에는 에디터가 어린 시절에 가지고 놀았던 종류의 딱지와 장난감도 있었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들도 많았는데, 작고 싼 것들도 꽤 있어 살지 말지 계속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때 양손에 한가득 봉투를 든 중년여성이 지나가기에 무엇을 샀는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개인 작업실 분위기 좀 바꿔보려고 인테리어 소품들을 사러 이곳에 오게 됐다”며 “예쁜 게 너무 많아 계획에 없던 것들도 사게 됐지만 그래도 싸게 샀기에 만족한다”고 했다.
가격을 물으니 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시리즈는 2만원이고 나머지는 1만5천원이라고 했다. 에디터는 1982년에 나온 어벤저스와 1988년에 나온 캡틴아메리카 그리고 1970년대 판으로 추정되는 슈퍼맨 만화책을 샀다. 인자하신 사장님은 가격도 깎아 주었다.
하지만 ‘내가 구입한 만화책들도 몇 십 년이 더 지나면 꽤 고가에 팔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이 밖에도 서울풍물시장에는 카메라상가, 주류상가, 수석상가, 건강식품상가, 스포츠용품상가, 음반상가, 전자상가, 보석상가, 시계상가, 액세서리 상가, 가방상가, 신발상가, 악기상가 등 다양한 상가들이 포진되어 있어,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들도 얼마든지 살 수 있었다. 상가마다 각각이 특색이 있어 구경하는 게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놀러 오거나, 연인과 데이트를 하기에도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 취재 임종현 기자(kss@egihu.com), 촬영 김현진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