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 연금이 정상인가 ▼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데 가장 큰 장애 요인이다. 과거에는 기금 고갈에 대한 오해가 가장 큰 불신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기금 없이도 연금을 잘 지급하는 선진국들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기금 고갈에 대한 오해는 많이 풀려 가고 있다. 최근에 국민연금 불신을 불러오는 진짜 원인은 형편없이 낮은 연금 수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간 보험료를 내도 연금이 용돈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불신하고 보험료 납부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연금이 지급된다면 기꺼이 보험료를 추가적으로 납부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것이 국민연금액을 대폭 인상해야 하는 두 번째 근본적인 이유다.
국민연금액의 현실화는 재원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소득대체율 인상은 보험료 인상과 동시에 논의되어야 한다. 현재 4.5% 수준에 불과한 보험료로는 적정한 연금을 보장할 수 없다. 중산층의 노후를 어느 정도 책임질 수 있는 적정 부담-적정 급여 수준의 국민연금을 만들려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다만 사각지대에 미칠 영향과 국민의 부담 능력을 고려해 단계적이고 순차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취약 계층의 국민연금 가입 기간 연장 그리고 출산, 군복무 같은 공익적 활동으로 인한 보험료 납부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재원은 국고에서 부담해야 한다. 연금 크레딧의 재원은 어느 나라이건 국고에서 부담한다. 현재 국민연금기금에서 부담하고 있지만 크레딧 재원의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어떤 제도든 제도를 만든 목적이 있다. 국민연금은 최소한의 품위 있는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것이며 그 어떤 가치도 이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지난 20년간 세계는 경쟁적으로 공적연금 삭감에 열을 올렸다. 최근에는 지나친 연금 삭감이 초래할 후유증을 반성하면서 연금의 적절성이 새로운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의 국민연금액 삭감은 세계적으로 봐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가혹한 것이었다. 국가 전체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심각한 수준의 노후 빈곤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제는 과거를 성찰하면서 어떻게 국민연금의 기능을 강화해야 할지 사회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2015년 현재 우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40년 가입한 중위 소득자 기준) 적용수치는 46.5%이며 매년 0.5%포인트씩 하락해 2028년에는 40%를 적용받는다. 제대로 된 논쟁을 하려면 용돈 연금의 상징이 된 40%가 2028년에 국민연금에 가입할 미래 세대에게 적용될 소득대체율이라는 사실부터 공유해야 한다. 1988년부터 국민연금에 가입했다면 11년 동안은 70%, 이후 10년은 60%를 적용받는다. 지금부터 13년 뒤인 2028년에 가서야 40%가 적용되다 보니 40대 중반 이상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50%를 훌쩍 넘어선다.
연금제도 성숙 단계에서도 40% 소득대체율이 용돈에 불과한 낮은 수준인지도 검토해 봐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Pensions at a Glance 2013)의 주요 국가 소득대체율(중위 소득자 기준)을 살펴보면 한국(43.9%), 독일(42.0%), 미국(41.0%), 일본(37.5%) 순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결코 낮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받는 연금액으로 비교해 봐도 그렇다. 미국의 월평균 국민연금액이 145만 원(월 1261달러)인 반면, 20년 이상 가입한 우리 국민연금 가입자의 월평균 연금액은 100여만 원에 달한다. 두 나라의 소득 수준 차를 감안하면 우리 국민연금액이 결코 적지 않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게 느껴지는 것은 제도 도입 역사가 짧아 실제 가입 기간과 소득대체율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제도 도입 역사가 짧다 보니 실제 가입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서다.
연금제도 도입 역사가 최소 70년이 넘는 국가들과 이제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를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가장 연금답게 제도를 운영하였던 독일이 과거 70%에서 40% 초반까지 소득대체율을 낮춘 것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과거의 고급여 제도가 살아남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저출산·인구 고령화·저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적정 소득대체율보다 적정 부담 수준을 먼저 정한 뒤 소득대체율을 거기에 맞춘 것이 2004년 독일과 일본의 연금 개혁의 핵심이다. 보험료 부담 상한을 20% 초반으로 정한 뒤 가능한 소득대체율을 찾다 보니 40%로 낮아진 것이다.
연금을 연금답게 만드는 것은 낮은 소득대체율보다 광범위한 사각지대 축소를 통한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 최소화, 적정 부담·적정 급여를 통한 복지 재원의 공유가 될 것이다. 연금제도별로 차이가 큰 소득대체율을 조정해 공적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축소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연금을 연금답게 만드는 길일 것 같다. 과거 1가구 1연금이라는 패러다임을 1인 1연금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면 40% 소득대체율도 버틸 만한 수준이다. 재정 건전성과 세대 갈등을 최소화한 정치적인 지속 가능성 확보가 공적연금 강화의 참된 길이 될 것이다. 늘어나는 평균수명만큼 추가로 노후를 준비하려는 노력들, 즉 정부의 지원 아래 개인의 자조 노력을 통한 추가적인 노후 준비, 부분 근로와 부분 연금을 적극 활용하는 점진적인 퇴직도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오피니언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