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취객 응대 과정서 발생… 10명중 4명은 신고-고소 안해
지하철 역무원 김모 씨는 2년 전 한 남성 승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교통카드를 자동 개찰구에 접촉했는데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는 이유다. 김 씨는 흥분한 고객을 달랬지만 이 남성은 오히려 욕설을 하며 다짜고짜 뺨을 때렸다. 한동안 고성을 지르며 김 씨를 위협하던 남성은 “똑바로 하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김 씨는 억울했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신고를 해도 처벌이 약한 데다 경찰서를 오가면 업무에 지장을 받기 때문이다.
김 씨처럼 서울 지하철 역무원 2명 가운데 1명은 승객에게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특히 취객이 많은 오후 10시 이후 심야에 50, 60대 남성 승객이 폭행하는 일이 많았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지난달 17일부터 20일까지 역무원 18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5%(769명)가 최근 3년간 근무 중 승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피해 횟수는 2회 이하가 30%(231명)로 가장 많았고 6회 이상도 8%(65명)에 달했다.
폭행하는 승객의 98%는 남성이었고 50, 60대가 많았다. 폭행 사건의 64%는 취객을 응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피해자의 80% 이상은 근무의욕 저하와 불안, 분노 등 심리적인 증상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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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