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직 KDB대우증권 도쿄지점장
디지털 가전과 휴대전화 분야에서 끊임없이 추격한 한국과 중국 기업들에 결국 역전을 허용한 소니와 히타치는 전세를 뒤집기 위한 각자의 전략을 표방하고 있다. 소니는 ‘수익성 강화’의 길을 택했다. 이미지센서와 디지털카메라 방송기기 등 여전히 경쟁력을 보유한 디바이스 분야와 게임,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주력해 영업이익을 확충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미 분사가 됐거나 분사가 진행 중인 TV와 스마트사업부, 워크맨 음향기기 분야는 매각하지 않고 자율경영을 독려하겠다는 다소 애매한 입장이다.
히타치는 ‘혁신’을 택했다. 산업기기 전문회사로의 변신이 혁신의 방향이다. 히타치는 일본 제조업체 사상 최대 순손실(7873억 엔)을 냈던 2008년 이후 가전분야를 선제적으로 정리했다. 그 대신 철도나 송전시스템에 쓰이는 정보 제어 및 인프라 시스템, 건설기계, 고기능 산업재료와 중전(重電) 분야로 이동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금융서비스 분야도 개척하고 있다. 가전업체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시스템 인프라 업체가 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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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는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을 시작했지만 2014 회계연도 고정비는 오히려 역대 최고인 1450억 엔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소폭 흑자에 그쳤다. 반면 히타치는 2014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인 5800억 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시대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 삼성전자에 일본 두 ‘선험(先驗) 업체’들의 행보가 과연 어떤 시사점을 던져줄까.
조인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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