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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K-뷰티 붐 타고 리뷰회원 10만명 훌쩍

입력 | 2015-04-15 03:00:00

[내가 청년 리더] <2> 화장품 리뷰 서비스 ‘글로우데이즈’ 공준식 대표

솔직한 정보 없다는 말 듣고 무릎 탁
“최대한 많이 최대한 자유롭게” 착안
2만6000여건 DB 정리한 앱 개발
시장확장 주목한 투자회사서 지원
“서비스 발전시켜 장수하는 게 목표”




공준식 글로우데이즈 대표가 태블릿PC로 자사의 화장품 리뷰 서비스 ‘글로우픽’을 소개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너 오늘 화장 잘 받는다. 어떤 제품 쓰니?”

“언니가 추천하기에 한번 써봤어. 이 브랜드가 생각보다 괜찮더라고.”

주말 오후 커피숍에 가면 종종 들을 수 있는 얘기다. 옷, 가방만큼이나 여성들 대화에 자주 등장하는 게 바로 화장품이다. 그러나 피부 타입, 선호하는 색상 등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좀 더 많은 사람의 사용기(리뷰)를 읽고 검증을 거친다면 결정이 한결 수월하겠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리뷰는 광고인지 실제 사용기인지 구분이 어렵다. 이런 고민을 덜어준 이가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글로우픽’을 만든 공준식 글로우데이즈 대표(31)가 주인공이다.

○ 광고내용 그대로 옮긴 리뷰 많아

글로우픽은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인 스마트폰용 화장품 리뷰 서비스다. “저도 화장품이나 패션에 관심이 많거든요. 하지만 수많은 제품 중 어떤 게 제게 맞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3년 전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사업 아이템 기획자로 일하던 공 대표는 문득 각종 앱 장터를 검색해 봤다. ‘구글플레이’ 검색란에 ‘화장품’이라는 키워드를 넣자 ‘화장품 추천’이라는 이름의 앱이 하나 떴다. 곧장 내려받아 보니 한 케이블TV의 화장품 소개 프로그램에 등장한 제품을 간단히 소개하는 앱이었다.

“방송 내용을 그대로 옮겨온 것 외에는 새로운 콘텐츠가 없었어요. 그런데도 다운로드 횟수는 100만 건이 넘었더라고요.”

공 대표는 무릎을 탁 쳤다. 자신처럼 화장품에 관한 솔직한 정보에 목마른 사람이 많다고 확신한 것. 그는 화장품 리뷰 서비스를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낙점했다. 공 대표는 “포털에는 영화, 자동차 정보와 리뷰를 모아놓은 커뮤니티가 많은데 화장품은 그렇지 않았다”며 “최대한 많은 정보를 한데 모으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게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 국내판매 화장품 절반 규모 DB로 정리

공 대표는 우선 동료와 함께 국내에 판매되는 각종 화장품의 사진, 가격, 용량, 특징 등의 기본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과거 대학(한양대 신문방송학과)을 졸업한 뒤 한 신문사에 입사해 각종 DB를 정리하는 일을 맡았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브랜드 홈페이지를 보며 하루에 약 500개씩 각종 정보를 우리 DB에 정리했어요. 단순 작업을 반복하는 지루한 나날이었지요.”

이렇게 정리한 화장품 DB는 총 2만6000여 개. 이는 국내에 팔리는 화장품 5만여 개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정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자들이 바로 모여들지는 않는 법. “생생한 리뷰가 없다면 단지 정보를 모아놓은 온라인 사전에 불과하잖아요. 포털 기사에 댓글을 다는 것처럼 화장품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놓게 하는 데 주력했어요.”

실제 글로우픽 사용자가 남긴 리뷰는 평균 100B(바이트·약 50자 분량) 이하로 짧다. 언제, 어디서 구매했다는 식의 육하원칙대로 빈칸을 채우는 딱딱한 리뷰가 아니다. ‘내 예전 남친(남자친구)이 지금 만나는 여친(여자친구)에게 사줄까봐 겁난다’처럼 단순하면서도 재밌는 리뷰가 적지 않다.

회원 가입 시에는 나이와 성별, 직업, 피부 타입 등 다양한 정보를 기록하게 했다. 자신과 비슷한 타입의 사람들이 어떤 제품을 선호하는지를 손쉽게 파악해 제품을 구매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 “스스로 진화하는 서비스 될 것”

현재 글로우픽 앱 다운로드 횟수는 13만 건. 가입자도 10만 명을 넘겼다. 사용자들이 올린 리뷰도 출시 6개월 만인 3월 중순 10만 개를 넘어섰다. 공 대표는 “일반 커뮤니티에서 실제 글을 남기는 사용자가 전체 가입자의 1% 안팎에 그치는 반면 글로우픽은 약 20%가 최소한 댓글 하나씩은 남길 만큼 적극적인 사용자가 많다”고 말했다.

서비스는 순풍을 타고 있지만 투자자 유치는 공 대표에게 한때 큰 고민거리였다. 투자자를 만날 때면 ‘새로울 게 없고 누구나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지적을 받곤 했다.

다행히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 더벤처스가 공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는 “글로우데이즈는 국내 최대의 화장품 DB를 확보하고 있고 매일 증가하는 리뷰도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향후 중국과 동남아시아 ‘K-뷰티’ 시장의 확장 가능성에 주목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든든한 우군을 등에 업은 공 대표는 이제 수익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 처음엔 광고를 수익 모델로 삼으려 했지만 이런 생각은 현재 접은 상태다. 리뷰 사이트는 신뢰 확보가 가장 큰 관건인데 광고 때문에 신뢰를 잃으면 끝이라는 것. 그는 대신 좋은 평가를 받는 제품을 사이트에서 판매해 수익을 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에 있을 때 각종 영화나 드라마 정보를 공유하는 ‘IMDb(www.imdb.com)’라는 서비스를 알게 됐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믿고 이용하더라고요. 오래가는 서비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발전하지요. 글로우픽을 바로 그런 서비스로 키워볼 생각입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