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은 1980년대까지 유교 문화적 시각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 일쑤였다. 인기가 높은 예능 프로에도 ‘저속함’ ‘불건전’ ‘어문 파괴’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국민을 탈정치화하는데 예능 프로그램이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 같은 인식은 1990년대 들어 권위주의 시대가 해체되면서 옅어지기 시작했다. 예능에서 스타 PD가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다. ‘쌀집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익숙한 김영희 전 MBC PD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이경규가 간다’(양심냉장고) 코너와 ‘느낌표’ 등 ‘공익+재미’를 함께 담은 예능 프로를 선보였다. 최근에도 ‘나는 가수다’를 만든 김 PD는 10일 MBC에 사표를 냈다. 김 PD는 중국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전 MBC PD)는 ‘퀴즈 아카데미’ ‘우정의 무대’ 등을 잇달아 성공시켰다. 1990년대 후반에는 “‘대중문화가 딴따라들의 하류문화’라는 인식은 시대착오적”이라며 “문화 혁명을 주도할 대중문화 수출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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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경영 측면에서도 예능 프로는 효자 같은 존재다. 한번 궤도에 오른 인기 예능프로는 드라마보다 제작비가 적게 들면서도 부침 없이 광고가 판매된다. 지난해 적자를 본 SBS가 최근 주말 드라마를 폐지하고 예능 프로인 ‘웃음을 찾는 사람들’과 ‘아빠를 부탁해’를 편성한 것도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