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남동서 유골-장신구 함께… 교합자세 추정에 발굴팀은 부정
최근 경북 경주시 황남동에서 발견된 신라무덤. 30대 여성 귀족으로 추정되는 유골과 더불어 20대 남성 순장자의 유골(점선 안)이 함께 발견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이 경북 경주 황남동에서 20, 30대로 추정되는 남녀 유골과 금은 장신구, 말갖춤(마구·馬具) 등 신라시대 유물을 출토했다”고 9일 밝혔다. 유골이 발견된 무덤은 서기 3∼4세기경 축조된 돌무지덧널무덤으로 비슷한 크기의 고분이 바로 옆에 조성돼 있다.
발굴팀에 따르면 하늘을 바라보고 똑바로 누워 있는 피장자는 허벅지 뼈가 얇고 두개골의 귓바퀴 뒤쪽 뼈가 여성의 해부학적 특징을 보이고 있다. 또 다리뼈의 근육선과 치아 크기, 마모도 등으로 미뤄 볼 때 근육이 발달한 30대 여성으로 추정된다. 시신은 금귀고리와 더불어 금박으로 장식된 허리띠를 착용하고 있었다.
여성 시신을 바라보며 옆으로 나란히 누운 유골은 종아리뼈의 가자미근선과 넓적다리뼈 두께, 치아 등을 고려할 때 20대 남성으로 추정됐다. 이 유골은 삐딱하게 누운 데다 착장한 유물이 없어 무덤 주인이 아닌 순장자로 보인다.
김권일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조사팀장은 “보통 남성 순장자는 아동이나 50대 이상의 고령층인 경우가 많다”며 “젊은 20대 남성이 여성 시신과 주곽 안에 나란히 묻힌 것은 전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순장 풍습은 고구려와 백제, 신라, 가야 무덤 등에서 모두 확인됐다.
재밌는 것은 남성 유골의 치아가 여성의 오른쪽 어깨 부근에서 발견됐고, 다리뼈가 여성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비스듬히 겹쳐져 있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남녀가 교합(交合)하는 자세로 매장됐다고 주장하지만 발굴팀은 부인했다.
무덤에서는 금귀고리와 은허리띠를 비롯해 비취색 곡옥과 청구슬을 꿰어 만든 목걸이가 출토됐다. 은허리띠는 띠고리와 장식, 30여 개의 띠꾸미개로 구성돼 있는데 고리 부분에 용을 형상화한 문양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