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100회, ‘소득’ ‘성장’을 각각 56회와 43회 사용했다. 반면 정치는 14회, 복지는 8회, 통일은 1회에 그쳤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새경제민주연합”이라며 공정한 경제, 소득 주도 성장, 사람 중심 경제철학을 앞세운 ‘새로운 경제로의 대전환’을 주장했다.
그동안 경제 정책에서 국민에게 이렇다 할 믿음을 주지 못한 채 성장보다 분배에 치중해온 인상을 주었던 제1야당 대표가 경제를 집중 거론하고 성장을 강조한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어제 연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실상 분배우선론이나 경제민주화론을 변형해 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문 대표는 ‘공정한 경제’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대기업과 부자 증세’를 주장했다. 다른 나라보다 비과세 대상자가 많고 중산층 이하 계층의 세금부담 비율이 지나치게 낮은 현실을 외면하고 대기업과 고소득자 증세론에 집착하다가는 기업의 해외 탈출과 국내 산업 공동화(空洞化), 일자리 감소를 부추길 공산이 크다.
문 대표는 “경제성장의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소득 주도 성장’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했다. 하지만 ‘소득 주도 성장론’은 2012년 세계은행의 연구논문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감소시키는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을 만큼 학계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문 대표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서비스산업 육성과 규제 혁파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복지 구조조정에도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그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공공·노동개혁 등을 위한 ‘여야 합의 정치’를 제안한 것에 대해 문 대표가 일언반구 답을 하지 않은 것도 실망스럽다. 문 대표는 “경제가 잘못되는 원인은 정치”라는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정부 여당을 비판했지만 문재인 식(式) 포퓰리즘 경제처방으로는 성장판이 닫혀 일자리 창출도 불가능해진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