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대학에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부여할 뜻을 밝혔다. ‘쉬운 수능’ 기조를 유지하되, 이로 인한 변별력 상실 문제의 해소를 위해 대학에 입시 자율권을 주는 방안을 공론화하도록 비서실에 지시했다. 대학입시 통제에 급급해 온 정부가 자율권을 언급한 것은 대입 정책의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역대 정부는 사교육비 억제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대입 본고사와 기여입학제 등을 강력히 반대해 왔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 B형 만점자 비율이 4.30%에 이르는 등 ‘물 수능’ 논란이 일어났는데도 계속 ‘쉬운 수능’을 내겠다는 교육부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육부는 2018학년도 수능 영어에 절대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최근 언어 수학 등 다른 수능 과목에도 절대평가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사실상 수능을 ‘자격고사화’ 하겠다는 얘기다.
상위권 대학에서는 “뭘 보고 학생을 뽑으란 말이냐”는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수능 만점자가 1등급 비율(4%)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수능 성적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 정시에 응시하는 학생들은 수능 문제 하나 맞고 틀림에 따라 당락이 갈리고 인생이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쉬운 수능 기조가 유지되면 응시생들의 실력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학별 고사가 불가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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