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 심리학/엘런 싱크먼 지음·배충효 옮김/372쪽·1만7000원·책세상
장 레옹 제롬의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1890년). 피그말리온이 자신이 조각한 여성상 갈라테이아와 사랑에 빠진다는 그리스 신화에는 아름다워지고 싶고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욕망이 숨겨져 있다. 책세상 제공
이 책은 인간의 뜨거운 욕망 중 하나인 아름다워지고 싶은 심리를 분석하고, 이 욕망의 원천과 표현 양상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현대프로이트학회에서 수여하는 심리학상을 2차례나 수상한 정신분석학자다. 상담실을 운영해온 임상 경험과 학문 연구를 두루 아우르면서 저자는 책 제목대로 미의 심리학을 고찰한다.
온몸의 해골 문신으로 유명한 모델 릭 제네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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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실재하는 역사와 구전하는 이야기 등을 통해 미의 추구란 게 대중매체와 소비문화로 인한 압박이 아닌, 자연스럽고도 보편적인 욕망임을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정상의 경계를 넘어서는 병리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존감’으로도 표현될 수 있는 ‘자기애’가 취약한 사람들은 타인과 세상을 의식해 멋진 신체 이미지를 가지려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신체를 극도로 혐오하면서 거식증, 과도한 성형수술, 문신, 심지어 신체절단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인 선택들이 있다. 저자는 이런 현상들을 분석하면서 육체와 심리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외모에 집착하는 환자들에 대한 사례가 흥미롭다. 헤어스타일을 놓고 어머니와 갈등을 벌이던 기억으로 두통에 시달리는 R, 어린 시절 방광에 대수술을 받아 생긴 큰 흉터에 대한 부끄러움을 거두지 못하면서 자기애에 문제가 생긴 H 등 저자와 상담한 사람들의 사연이 소개된다. 미(美)에 대한 학술적 담론을 펼치는 부분에선 다소 지루할 수 있는데 이런 임상 사례들이 그 딱딱함을 덜어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