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들에 따뜻한 밥 한끼 ‘연명줄’ 끊어지지 않게 도와야죠”
원경 스님(가운데)이 1일 서울 원각사 무료 급식 현장에서 밥을 푸고 있다. 이곳은 카페로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스님과 원각복지회의 노력으로 급식을 재개하게 됐다. 현대불교신문 제공
1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뒤편 원각사의 노인 무료 급식소. 원경 스님(53·서울 성북구 심곡암 주지)이 주걱을 들어 밥을 듬뿍 뜨자 자원봉사자인 두 보살(여성 신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저러면 나중에 밥이 모자란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1994년부터 햇수로 22년째 노인들에게 점심을 제공해 온 이곳의 무료 급식이 다시 시작됐다. 이곳을 운영해 온 보리 스님(72)의 노환과 재정난으로 무료 급식이 지난달 2일 중단된 뒤 약 1개월 만이다. 원각사 급식소는 4대문 안에서 유일하게 연중무휴로 문을 열어 노숙인들이나 노인들이 언제나 확실하게 한 끼 밥을 먹을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다.
광고 로드중
그러나 홍보가 따로 필요 없었다. 이미 급식 두 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고 정오 무렵에는 탑골공원 담장을 따라 100여 m의 긴 행렬이 생겼다. 순서를 기다리던 한 노인은 “한 달에 서너 번 이곳을 이용했다. 이곳은 급식소이자 한동안 소식이 끊긴 이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쉼터”라며 급식소 재개를 반겼다.
원각사 급식소는 매일 150∼200명에게 점심을 제공할 예정이다. 원각복지회에 따르면 공간 임대료와 음식 재료비 등을 합해 1년 운영비는 1억8000여만 원에 이르고, 일손이 많이 들어 30여 개 자원봉사팀이 필요하다.
원경 스님은 급식소와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지난달 초 급식소 운영 제의를 받은 뒤 이곳을 찾았어요. 이곳 급식에 전적으로 의지해 살면서 하루를 견디기 위해 급식소를 오가며 점심만 세 차례나 먹는 분도 있다는 말을 듣고서 운영을 결심했습니다. 밥 한 끼가 쉽지 않은 분들에게 이 급식소는 유일한 ‘연명줄’인 셈이죠.”
한쪽에서 배식을 준비 중인 자원봉사자들에게도 이곳의 의미는 각별했다. 22년간 봉사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불교 이름이 여여심(如如心)이라고 밝힌 자원봉사자 할머니(84)는 “이곳이 문을 닫으면 어려운 노인들이 또 어디로 가겠느냐”며 “어떡하든 밥만 안 끊기면 좋겠다”고 했다.
광고 로드중
원각사는 ‘밥퍼’ 봉사와 현금, 물품 후원을 받고 있다. 문의는 02-762-4044, 카페는 cafe.daum.net/wongakwel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