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영 시동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사진)이 공격적인 문화경영에 시동을 건다. 명품 수입 경쟁에서 벗어나 백화점이 문화생활의 ‘중심지’ 역할을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현대백화점은 1일부터 자사 백화점의 문화홀을 고객들에게 공짜로 빌려준다고 밝혔다. 백화점 업계 최초다. 그동안 대관료는 하루 평균 약 300만 원 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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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정서에 반(反)하거나 정치 및 종교 행사만 아니면 개인이나 단체가 자유롭게 원하는 대관일 40일 전에 문화홀 사용을 신청할 수 있다. 대학생들의 졸업 작품전, 합창제와 같은 지역 동호회 행사, 신진 예술가들의 음악 및 미술 전시회 등이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대관료는 공짜지만 시설 훼손 등을 막기 위해 문화보증금 10만 원은 내야 한다. 이 돈은 행사 후 돌려받을 수 있다.
정 회장은 문화홀을 고객에게 전면 개방한 데 이어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정부에 등록된 어린이 대상 미술관을 세울 것을 제안했다.
정 회장도 초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어 문화 교육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최근 그룹 전략회의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된 미술 교육을 받기 어려운데 우리가 아이들에게 수준 있는 미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대백화점만의 차별화된 요소로 계속 키워 나가자”고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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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은 또 이달부터 직장인을 위한 문화 회식 프로그램인 ‘문화야(夜)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저녁에 공연을 마련해 직장인들이 회식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달 말 예정된 무역센터점 공연에 삼성동 인근 10개 기업 100명 이상 직장인들이 신청을 해왔다”며 “향후 백화점이 문화생활의 중심지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