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공간 되살린 명소들 몬트리올 북부 폐기물 매립지, 서커스예술복합단지로 재탄생 공간재생 디자인, 세계는 지금
캐나다 토론토의 ‘포트 요크 국립역사공원 방문자센터’. 고가도로 아래 쓸모없이 방치돼 있던 옛 사회기간 시설의 흔적을 되살려 장중한 역사적 이미지와 현대적 쓰임새를 고루 갖춘 공간을 얻었다. 사진 출처 patkau.ca
온타리오 호와 육지의 경계를 따라 놓인 캐나다 토론토의 가디너 고속고가도로 아래에 지난해 새로운 복합 문화시설이 문을 열었다. 총면적 17만 m²에 이르는 ‘포트 요크 국립역사공원’의 관문으로 세워진 방문자센터 건물. 포트 요크는 1700년대 말 이 도시가 생겨난 발원지로 영국군의 방어용 요새가 있던 곳이다.
부식 저항성을 높인 강철로 만든 육중한 차광막이 군사 요새처럼 아래위로 움직여 열린다. 지형 변화로 인해 물과 뭍의 경계가 이미 멀찍이 옮겨졌음에도, 전함 포대를 연상시키는 그 이미지가 오래전 이곳이 군용 항구였음을 되새기게 한다. 잔존한 요새 벽체가 가진 구조적 흐름과 이미지가 그대로 새 건물 설계에 이어졌다. 설계를 맡은 팻카우 아키텍츠는 “본연의 용도가 잊혀진 공간에 숨어 있던 역사적 문맥을 찾아내 드러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몬트리올 옛 탄광지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토후 서커스 예술문화센터’. 쓰레기처리장이던 곳을 국제적 관광 명소로 재생시켰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몬트리올 북부 외곽의 ‘토후 서커스예술복합단지’는 문화콘텐츠를 운전대로 삼아 훨씬 더 극적인 방향전환을 시도한 도시 공간 재생 사례다. 세계 최대의 공연 단체 ‘태양의 서커스’ 오리지널 공연을 보기 위해 전 세계 관광객이 몰려드는 이곳은 1940년대부터 40여 년 동안 석회석을 채굴하는 탄광지대였다. 시멘트 공장 굴뚝의 연기가 잦아든 뒤에는 산업폐기물 매립지로 쓰였다.
스페인 도노스티아 산세바스티안의 ‘타바칼레라’ 외경. 90년간 돌아가다 멈춘 담배공장의 외관만 남기고 미디어 복합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있다. 사진 출처 tabakalera.eu
스페인 북부 기푸스코아 주의 도노스티아 산세바스티안에서는 ‘타바칼레라’라는 이름의 문화센터가 올해 개관을 목표로 5년째 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 건물은 본래 이름 뜻 그대로 ‘담배공장’이었다. 1913년부터 90년 동안 해마다 250만 갑 이상의 담배를 생산했지만 시설 노후화로 폐업을 결정하고 긴 재탄생 작업에 들어갔다.
완공 뒤에는 미디어 아트와 영화를 중심으로 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쓰일 예정이다. 지방 정부는 국제 설계경기를 벌이면서 “공간의 역사적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옛 건물의 입면은 그대로 보존한다”고 밝혔다. 공간 계획에는 외부에서 미리 진행하며 가다듬은 문화콘텐츠 프로그램이 반영됐다. 지역의 경제적 부흥을 이끈 옛 산업의 흔적을 공간에 뚜렷이 남겨 지역주민의 자부심을 북돋우는 동시에, 새롭게 지향해야 할 지역의 정체성을 능동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