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인회의 집계 최근 종합순위 10위권에 5권이나 올라
출판시장과 독자가 선호하는 저자군의 변화로 소규모 출판사들이 펴낸 책들이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선전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 작은 고추가 맵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전국 대형서점 8곳의 판매를 합계한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3월 둘째, 셋째 주)를 보면 중소 출판사의 약진이 눈에 띈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 중인 ‘미움받을 용기’를 낸 인플루엔셜은 지난해부터 책을 내기 시작한 회사로 그 뿌리는 강연 컨설팅업체였다. 현재까지 출간한 책이 5종에 불과하다. 대표 문태진 씨도 비출판인 출신.
출판사의 브랜드 파워나 자본력이 중시되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 출판계의 중론이다. 지난 10여 년간은 ‘선(先)인세 경쟁’ 시대였다. ‘유명 작가 섭외→높은 선인세→대규모 마케팅→베스트셀러’로 이어지는 대형 출판사의 성공 방식이 통했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줄고 선인세 경쟁이 과도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래서 요즘은 신인이 아니라 대형 작가가 리스크가 크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 “출판사, 저자 명성보다 내게 꼭 맞는 책 선호”
출판사와 저자를 선택하는 독자들의 성향도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원 박재훈 씨(40)는 “과거엔 민음사, 창비 등 출판사 이름값을 중시했다”며 “요즘은 작은 출판사도 책을 잘 만드는 것 같아 출판사는 책을 고르는 데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주변에 휘둘리지 말고 소신껏 살라는 ‘미움받을 용기’, 인문학 열풍 스트레스 속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등을 포함해 고양이와 동거하는 법, 작은 동네 여행기 등 기존 출판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소재나 저자를 통해 독자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영사 고세규 이사는 “요즘 독자는 내 마음을 모를 것 같은 유명 저자보다는 친구, 이웃처럼 공감과 위로를 줄 것 같은, 즉 자신과 비슷한 저자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출판 마케팅’이란 책을 낸 김류미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팟캐스트에서 활동하는 저자는 이미 두꺼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데 대형 출판사는 속칭 ‘듣보잡’으로 여겨 섭외하지 않는다”며 “반면 작은 출판사들은 이들과 계약해 베스트셀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