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에 납품을 하면서도 공격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전문화, 국제화, 대형화를 이뤄낸 협력사도 많다.
정밀 절삭공구 제조업체인 와이지원은 ‘엔드밀’ 분야에서 세계 1위다. 1분에 3만 번씩 도는 엔드밀은 자동차, 스마트폰, 항공기 등에 들어가는 정교한 부품을 깎는 데 쓰여 초정밀성, 내구성 등을 모두 갖춰야 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삼성테크윈, ‘아이폰’을 만드는 폭스콘 등의 협력사인 와이지원은 지난해 경기 부진 속에서도 매출은 6.1% 증가한 2976억 원, 영업이익은 41.8% 증가한 317억 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은 10.7%에 달했다.
이미 매출의 75%가 수출에서 나오는 와이지원은 지난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 1500m² 규모의 테크센터를 세웠다. 송호근 와이지원 회장은 “샬럿 테크센터에서는 항공기 동체와 엔진을 절삭하는 엔드밀 등 특수 공구를 집중적으로 연구개발한다”며 “이를 통해 보잉과 록히드 등에 납품물량을 확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중소기업이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고 안주하려고 해서는 강자가 될 수 없다”며 “강자가 되면 자연히 납품가격도 잘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들은 아무리 새로운 제품, 새로운 시장, 새로운 역량(기술)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이것들이 언젠가는 모두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 된다는 ‘제품과 시장, 역량의 3대 저주’를 피할 수 없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실제 사업화가 가능한 R&D에 역량을 꾸준히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