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소녀 릴리(조피아 프소타)에게 가장 큰 친구는 애완견 하겐. 엄마와 이혼한 아버지(산도르 즈소테르)에게 잠시 와있는 동안 하겐은 이리저리 구박받는다. 헝가리엔 순수혈통이 아닌 잡종견에겐 무거운 세금을 매기는 정책이 있기 때문. 결국 딸과 개 문제로 갈등을 빚던 아버지는 하겐을 내다버리고…. 홀로 남겨진 하겐은 길을 잃고 헤매다 노숙자에게 붙잡힌 뒤 어디론가 팔려간다. 릴리는 하겐을 애타게 찾지만 하겐은 자신을 괴롭히는 인간들을 증오하기 시작한다.
“컴퓨터그래픽(CG) 효과 없이 만든 가장 위대한 개 영화”라는 영국 신문 ‘더 타임스’의 평처럼 다음달 2일 개봉하는 헝가리 영화 ‘화이트 갓’은 위대한진 몰라도 확실히 개 영화다. 주인공 하겐을 비롯해 온통 개 천지다. CG도 사용 안 하고 이 많은 개를 카메라에 담았다니. 일단 애견인들은 필히 보시라.
잠깐. 권하긴 했으나 막상 보고나면 짱돌을 던질지 모르겠다. 하겐이 겪는 고통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탓이다. 말 못 하는 짐승이란 이유로, 인간의 잣대로 가른 잡종이란 이유로 개들을 얼마나 함부로 대하는지 영화는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특히 불법 투견장에 팔려가 동족과 피를 보며 싸워야 하는 하겐의 처연함은 정면으로 응시하기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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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화이트 갓’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영화다. 제목(White God) 자체가 그렇다. 과거 백인들이 유색인종을 차별하며 신처럼 굴었던 것처럼, 어쩌면 우린 인간이란 우월성에 사로잡혀 세상을 망가뜨리고 있는 건 아닐까. 아름다운 부다페스트 거리가 개들의 공격으로 텅 비어버릴 때, 인간이 세운 문명이란 게 과연 다른 생물들이 보기에도 위대할지 자문하게 된다. 지난해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 수상작. 15세 이상 관람가.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