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정년까지 근무하는 법관이 거의 없는 것은 전관예우(前官禮遇)가 있어서다. 고법 부장판사가 못 될 것 같으면 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대법관이 못 될 것 같으면 고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옷을 벗는다. ‘용퇴’로 포장하긴 하지만 전관예우를 받을 차례가 온 것이다. 그래도 과거에는 대법관만큼은 변호사 개업을 자제하는 풍토가 있었다. 대법관은 종착지로 여겼지 전관예우를 위한 경유지로는 여기지 않았다.
▷언제부터인지 전관예우의 꽃이 대법관 출신으로 바뀌었다. 상고사건이 늘어나면서 대법관 1명이 한 해 처리하는 사건이 3000건이 넘는다. 대부분 사건은 대법관이 훑어보지도 못한 채 재판연구관들 선에서 걸러져 기각된다. 대법관이 한 번이라도 사건을 훑어보려면 상고이유서에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이름이 올라 있어야 한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수는 얼마 되지 않는데 그 도장을 서로 받으려 하니 도장 값이 3000만∼5000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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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