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드 문제 정면돌파”] 사드 ‘전략적 모호성’ 전격 폐기 논란
○ 왜 지금 전략적 모호성 버렸나
전략적 모호성이 깨진 결정적인 계기는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16일 한국에서 “사드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중시해 달라”고 공개 발언한 것.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이 설 수 있는 입지가 순식간에 사라진 셈이다. 안보부처 당국자들이 그동안 “사드 논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어떻게 억제하느냐가 핵심이다. 중국은 사드 반대보다 북핵 저지에 힘써야 한다”고 말해 온 것도 효용성이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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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잇따른 ‘사드 공론화’ 발언이 조율 없이 나왔다는 점을 들어 “여당도 설득하지 못하면서 부처 간 정책 조율이라고 제대로 됐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중국이 어깃장을 부리면 경제적 피해는 물론이고 중국이 의장국인 북핵 6자회담, 심지어 한중일 관계에까지 불똥이 튈 소지가 있는데 이에 대비한 치밀한 정책협의가 이뤄진 흔적은 잘 안 보인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17일 “주변국이 한국 안보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면 안 된다”고 말한 것도 적절성 논란을 남겼다. 같은 날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가 “제3국이 한국이 주권을 갖고 결정할 문제에 (왜) 입장을 내는지 의아하다”며 유사하게 말해 한미가 손을 잡고 중국을 배격한 인상을 풍겼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방부와 표현을 사전 조율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발언이 강경할 수밖에 없는 국방부의 특성상 사전에 표현까지 정밀하게 협의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중국, 청와대서도 사드 꺼낼 가능성
사드 논란에 불길이 번지면서 21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 초점도 한중 관계로 옮아가게 됐다. 2012년 4월 이후 약 3년 만에 열리는 회의의 주된 관심사는 과거사 문제 등 한일, 중일 관계였다. 하지만 사드 논란으로 주목 대상이 바뀌게 됐다. 특히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청와대 예방 때 이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도 있어 박근혜 대통령도 부담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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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도 사드를 반대하는 만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올해 중점 외교정책으로 정한 정부로서는 러시아의 협조를 끌어낼 대비책도 필요하다. 게다가 국내에는 사드 반대파의 목소리도 상존한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