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개선위원회가 어제 수능의 교육방송(EBS) 연계 출제율 70%를 유지하면서 연계 방식을 바꿔 ‘물수능’을 방지하겠다고 발표했다. 2014, 2015학년도 수능에서 발생했던 오류 사태를 없애기 위해 독립된 검토위원단을 구성하기로 했고, 탐구영역과 제2외국어 과목의 출제 기간과 인원을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 정도의 개선안으로 땅에 떨어진 수능의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작년 11월 수능 복수정답 인정 논란이 벌어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수능 출제 오류는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교육부에 근본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출범한 수능개선위원회는 수능이 대학에서 학업 이수 능력을 평가하는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같은 적성시험인지, 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수행했는지를 평가하는 학업성취도 시험인지 성격 규정을 명확히 할 책무가 있다. 또 과목 수, 반영비율 조정, 문제은행식 출제 여부 등 해결책도 제시해야 한다. 기껏 시험의 난이도를 다루는 정도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구가 아닌데도 변죽만 울리고 있다.
수능에서 출제 오류가 되풀이되는 배경에는 서울대 사범대 중심의 ‘수능 마피아’들이 있다. 출제위원들이 스승 제자 및 선후배 관계로 얽혀 있어 오류를 지적하거나 반대 의견을 내기 힘든 실정이다. 이번 개선안을 내놓은 수능개선위원회 위원들은 교사 1명을 제외하고 전원이 교수로 구성됐고, 그중 상당수는 현재의 출제 시스템에 직간접으로 관여해 왔다. 이들이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안을 내놓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