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스맨’ 흥행 계기 주목받아
차브의 등장 계기는 1979년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집권이다. 대처의 민영화 정책으로 광산업 등 제조업 노동자들이 실직하면서 이들이 주로 거주하던 도시 외곽의 임대주택 밀집지역이 빈민촌으로 전락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폭력과 마약에 노출된 실직자의 자녀가 바로 차브의 모태.
금융위기 후 각국이 앞다퉈 복지혜택을 줄이면서 차브는 영국의 계급갈등을 증폭시키는 상징이 됐다. 보수층이 “가뜩이나 부족한 복지예산을 게으르고 폭력적인 차브에게 줄 수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 2008년 영국 중부 듀스버리의 10세 소녀 섀넌 매슈스의 실종은 차브에 대한 보수층의 혐오를 극대화했다. 조사 결과 매슈스의 엄마 캐런이 현상금을 노리고 유괴 자작극을 펼쳤고, 그가 10대 시절부터 5명의 남자와의 사이에 7명의 자녀를 낳은 채 복지수당으로만 살아왔다는 점이 드러났다. 캐런은 8년형을 선고받고 3년을 복역했지만 관대한 판결이란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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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한 광부 아들이 유명 발레리노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영화 ‘빌리 엘리어트’(2000년), 뚱뚱한 10대 미혼모의 좌충우돌 일상을 그린 시트콤 ‘리틀 브리튼’(2003∼2006년)은 차브 열풍의 시초로 평가받는다. 드라마 ‘스킨스’(2007∼2013년)와 ‘미스피츠’(2009∼2013년)도 10대 차브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흥행에 성공했다. 베스트셀러 작가 조조 모이스의 소설 ‘미 비포 유’(2012년) ‘원 플러스 원’(2014년) 등의 여주인공도 20대 여성 차브다.
영화평론가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킹스맨을 포함해 차브를 소재로 흥행한 작품은 모두 계급갈등과 빈부격차란 어둡고 무거운 소재를 발랄하고 유쾌한 분위기로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한국에서는 연애, 결혼, 출산, 대인관계,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소위 ‘오포세대’가 스스로를 차브와 동일시하면서 흥행에 탄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