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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격퇴전, ‘제2의 이라크전’?…속 타는 美 외교안보 ‘톱 3’

입력 | 2015-03-12 15:25:00


“작전이 3년 안에 끝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

11일 오전 미국 워싱턴 덕슨 상원의원회관 내 대회의실. 지난달 11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위해 의회에 제출한 무력사용권한(AUMF)을 놓고 열린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첫 청문회에서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카터 장관의 말은 비록 지상군을 투입해도 IS 격퇴전이 끝나지 않고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 ‘제2의 이라크전’이 될 수 있음을 미 최고위 관계자가 공식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나란히 증인석에 있던 존 케리 국무장관,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은 이에 대해 별 언급이 없었다. ‘암묵적 동의’였던 셈이다.

이날 청문회는 지난해 9월부터 IS 격퇴전을 치르고 있지만 뚜렷한 전세 역전 기미가 없는 미국의 ‘불편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각자의 전세기로 세계를 돌며 우방들의 IS 격퇴전 참여를 독려하는 미 외교안보 ‘톱 3’인 국무, 국방장관, 합참의장이 이례적으로 한 자리에서 예상 시간(2시간)을 넘겨 3시간 동안 머리를 맞댔지만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날카로운 공방을 벌이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도 종종 웃음과 유머가 터지는데 이날 회의에선 좀처럼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줄곧 어두운 분위기가 지배했다. 케리 장관은 속이 탔는지 연신 앞에 놓인 생수를 병 째 잡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백악관이 ‘무력사용권한’을 제출한 직후만 하더라도 긍정적 분위기가 있었으나 이날은 공화 민주 모두 각자입장만을 내세우며 반대 일색이었다. 공화당은 ‘제한적이 아닌 전면적 지상군 투입’을 강조했고 민주당은 지상군 투입자체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예를 들어 마르코 루비오 의원은 “이란이 중동 내 미군 증강을 우려하는데 그들과의 핵협상에 영향을 줄까봐 전면적 지상군 투입을 주저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고, 민주당 로버트 메넨데즈 의원은 “지상군 확장 투입이 가능한 이번 권한을 승인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지루하게 전개되던 청문회는 뎀프시 합참의장이 IS를 격퇴한다해도 그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나오자 더 가라앉았다. 뎀프시 의장은 밥 코커(공화당) 외교위원장이 “IS가 격퇴된다 해도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가 세력을 확대하면 결국 이란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어떤 일이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해 나도 우려하고 있다”는 시인했다.

이란 이슈가 나오자 공화당과 케리 국방장관 사이에는 최근 공화당의원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보낸 서한을 거론하며 청문회 주제와는 별 상관없는 문제를 물고 늘어지기도 했다. 미 외교안보 ‘톱 3’가 뜬다는 소식에 청문회 시작 30분전부터 꽉 찼던 200여석의 방청석은 중간을 넘어서자 절반이 자리를 떴다. 한 의회 관계자는 기자에게 “IS때문에 미 정부와 의회가 이렇게까지 골치를 썩을 줄 몰랐다”고 고개를 저었다.

::무력사용권한(AUMP)::

미국은 전쟁 선포권이 의회에 있다는 헌법규정에 따라 대통령이 타국과의 전쟁을 치르려면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백악관은 지난달 초 의회에 “미국 국민과 동맹국은 심지어 적들에게까지 미국이 IS를 파괴하는 전략 앞에 단합돼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보여주어야 한다”며 전쟁권한을 달라고 의회에 승인을 요청해 이번 청문회가 열린 것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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